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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귀찮아."

학생들이 지루해하는 수업시간엔 항상 선생님이 혼자 칠판앞에서 수업내용을 지루하게 설명한다.
모든 수업이 끝나면 야간자율학습이라는 말만좋은 강제 자습시간을 준다.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모든게 해결되는줄알고 공부만을 강요한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공부를 하는학생은 극히 드물며 자기들끼리 떠들며 논다.

공부를 못하는편이 아닌 나도 수업시간은 지루하다.
시계를 보니 30분뒤면 쉬는시간. 아니지 학생들이 좋아하는 점심시간이다.
이렇게있어도 지루하기만해서 그냥 나가서 바람이나 쐬자는생각으로 교실을 나왔다.

선생님이 뭐라 말하는것같지만 난 이미 교실을 나와서 듣지못하였다. 왜 나가냐는거겠지.
옥상에 올라가자 조금 춥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한가운 시멘트 바닥에 누워 바람을 맞으니 슬슬 눈이 감겨온다.
감기걸리기 딱좋겠지만 뭐 상관없지.

-쾅!

"..?!"

뭐..뭐지? 여기는 내가 수업을 뺴먹고 혼자있을수있는 완벽한 장소인데?
열린문쪽에 시선을 옮기자 갈색과 약간 붉은색이 섞여있는 긴 생머리에 검고 맑은눈과
오밀조밀 모여있는 이목구비가 귀여운 소녀-내 유일한친구-서유정이 화가난듯 부루퉁한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있었다. 지금 올라온걸보니 점심시간이 시작되었나보다.

"어 유정이네 안녕"
"안녕 이 아니지 이 바보야! 너 또 수업빼먹었지!?"
"응 그런데 왜?"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말하자 포기했다는듯 고개를 젓는다.
점점 다가오는 유정이를 바라보다가 손에 무엇을 들고있음을 발견했다.

"그거 뭐야? 도시락?"
"그래. 수업 땡땡이치는 누구한테 줄건없으니 기대하지마"
"아 그래. 어자피 기대안했으니깐 너 많이먹어라"

그리고 다시 바닥에 누워 눈을감았다. 밥이야 뭐 한끼는 굶어도되고 정 뭐하면
매점으로가서 빵을 사먹으면 되는거니까.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이 내 얼굴을 간질인다.
평소라면 잔소리를 할 유정이가 조용하자 한쪽눈을 살짝뜨고는 쳐다보았다.
도시락통을 들고 뭔가를 생각하는듯 가만히 있다가 자신의 도시락을 내게 내민다.

"자..가..같이먹자"
"하아..? 왜? 아까는 주기 싫다며"

톡 쏘아붙이는투로 말하자 잠시 움찔하더니 다시 입을 연다.

"그게..오늘은 좀 많이만든것같아서."

유정이가 내민 도시락을보니 오히려 평소보다 양이적어보인다.
아마 나한테 나눠주면 배고파할게 분명하다.

"아냐 됬어 그냥 빵사먹으면 되"
"그..그래도.."

내가 거절하자 살짝 당황하는듯 하더니 고민하기 시작한다.
나한테 나눠주면 부족할거라는걸 잘 알겠지.
어떻게하지..라며 중얼거리는 유정이를 바라보다 일어나서 옥상문쪽으로 걸어갔다.

"난 빵사러갈테니 나 기다리지말고 밥 먹고있어"
"엣...? 자..."

그직후 계단을 통해 옥상의 문을 닫고 내려갔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 매점에 도착하니 꽤나 많은 학생들이 있었다.

몇몇 학생들이 내가 왔다는걸 눈치챘는지 슬슬 피하는것같다.
나는 학교 내에서 그리 좋지않은쪽으로 인식이 된건지 나를 피하려고하고 꺼려하는것같다. 뭐 나야 감사하지만.

나는 그저 타인과 대화하는게 귀찮고 불편해서 말을 걸어오는 아이들이 있으면 무시하고 조금 짜증을 냈을뿐이다.
그후로 나에게 다가오는 아이들이 거의 사라졌고그게 맘에 안들었는지 학교 일진들이 찾아와 거슬리게하길래 좀 혼내줬더니
그 이후엔 유정이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내 근처에 오지 않았다.

여하튼 나를 피해주는 덕분에 편하게 초코빵 하나를 구입할수 있었다.
거스름돈을 받고 뒤돌아 가려는데 갑자기 아주머니께서 초코우유 하나를 주시기에 당황하여
바라보자

"예쁜 아가씨에게 주는 서비스란다"
"...감사합니다."

주위의 시선이 따가워지는것이 느껴지기에 매점을 빠르게 빠져나와 옥상으로 올라갔다.

-끼이이....

녹슨 쇠의 기분나쁜 소리와 함께 옥강의 문이 열렸다.
옥상에 유정이가 아직도 있어 조금 놀랐다.

"에...?"
"아! 왔구나! 기다리고있었어"

기다리고있었다니.. 나는 일부러 천천히 내려갔다가 천천히 올라왔는데말이다.
시계는 1시15분을 가리키고 있다. 곧 점심시간이 끝난다는 것이다. 나는 오후수업도 빠질생각이기에
느긋하지만 유정이는 나때문에 늦게내려가버리면 안되는데..

"왜 바보처럼 기다린거야?"
"히히.. 현지 너랑 같이 밥먹고싶어서"

집에서도 같이 먹고자고씻는데 궂이 학교에서까지도 같이 밥을 먹고싶은건가..
나말고 차라리 친구들이랑 먹지..

"아! 수업 늦는건 걱정하지마 몸이 안좋아서 양호실에서 쉬었다고하면 되니깐"

유정이는 학교에서 성실하고 친절하여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좋은 인상이 강해서 괜찮으려나

".. 맘대로해"
"히히"

한숨을 쉬고는 바닥에 앉아 빵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아앗! 현지야! 그렇게 막 앉으면 치마속이 보이잖아!"
"뭐 어때서 누가 보는것도 아니고 너랑 나만있는데"
"그.래.도! 넌 여자니까 좀 조심스럽게 행동해! 남자도아니고"
"뭐?"

순간 내 얼굴이 굳어지자 말실수를 했다는걸 알아차렸는지 황급히 입을 막는다.
기억하기도 싫은 그날 떄문에 남자라는게 싫다. 하여간 유정이는 잔소리가 너무 심하다니깐.

"아무튼 좀 숙녀다워졌으면 좋겠어."
"아 네네 잘 알겠습니다 아 가 씨"
"으으..너 정마알!!"

유정이가 잔소리를 할것같아 귀를막고 다른곳을 쳐다보자 한숨을 쉬더니 도시락을 먹기시작했다.
밥을 먹는것을 확인하고 나도 사온 빵을 먹으며 초코우유를 마셧다.
입안에 가득한 달콤함에 나도모르게 행복한 미소를짓자 유정이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현지는 단게 그렇게좋아?"
"응! 당연하지! 사탕이나 초콜렛같은게 가득한곳이 있다면 행복해서 죽을지도..랄까 무슨말을 하게하는거야!?"

버럭 소리치고 다시 평소와같은 무표정으로 돌아가자 유정이가 아쉬워하는듯하다.

"너는 그렇게 웃고있을때가 좋은데.. 웃어주면안되?"
"싫어."
"아하하..즉답이네.."

그 후 점심식사를 마친뒤에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가 유정이가 교실로 돌아갔을땐 6교시 수업이 시작했을 시간이었다.
나는 다시 드러누워서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았다.설마 감기걸리진 않겠지

*
*
*
*

눈을 떳을때는 수업이 모두 끝났는지 유정이가 내 가방을 들고 올라와있었다.

"일어났어?"
"응"
"좀 더 자고있지.. 현지 자는얼굴 귀여운데"
"뭐라고?"
"에? 아무것도아냐"

뭐라고 중얼거리는것 같았는데 기분탓이려나.
유정이가 건네주는 내 가방을받고 옥상에서 내려가다가 교무실을 지나치자 유정이가 나를 붙잡았다.

"아 맞다! 잠깐만"
"또 무슨일인데?"
"그..그게말이지.. 담임선생님이 학교끝나고 너 데리고 찾아오라고 하셧거든"

날 부른 이유가 뭘까하고 생각하다가 내가 수업을 빼먹은게 생각났다.
그걸로 또 잔소리하시겠지. 아아 귀찮아 집에가고싶은데
유정이의 손을 뿌리치고 싫다고하자 안된다며 다시 붙잡는다.계속 내가 빠져나가려고하자 이제는 아예 매달려버린다. 
안그래도 내가 키가 더 작아서 나보다 키가 큰 유정이가 매달려버리니 우스꽝스러운 자세가 되버렸다.
교무실 문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는게 시끄러웠는지 문이 열리며 담임선생님이 나오셧다.

"교무실 앞에서 시끄럽게 뭐하는거니? 들어오렴"
"하...네"
"으...죄송해요오...."

많이 혼날줄알았는데 의외로 다음에는 수업에 빠지지 말라며 주의만 주신다.
그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에서나와 집에가는길에 항상 들리는 과자가게에서 먹을것들을
잔뜩 산뒤에 집에가는도중 우리동네에는 없는 고양이소리가 들려왔다.

-야옹

"..? 유정아"
"에?"
"우리동네..고양이 없지?"
"응 그런데 왜?
"아냐"

역시 잘못들은거구나.우리동네는 항상 길고양이가 있으면 잡아가니 있을리가 없지.
신경쓰이긴 하지만 무시한채로 집으로 다시 걸어갔다.
집에 도착하자 엄마가 우리를 반겨주셧다.

"엄마! 다녀왔습니다!"
"그래 우리 유정이 오늘도 학교 잘다녀왔니?"
"응 응!"
"다..다녀왔습니다"
"현지도 잘 다녀왔니?"
"네.."

나는 부모님이 안계셔서 어릴때부터 유정이네 집에서 살았다. 그탓인지 이제 완전히 유정이네 가족과는 친가족이 되었지만 조금 어색하달까...

"현지야 씻고오자!"
"에..에에? 응.."
"맛있는거 해줄테니 씻고오렴"

유정이에게 끌려가다싶히 방으로 들어가서 교복을 벗은뒤 갈아입을 옷과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에서 옷을벗고 거울앞에 서보니 항상 보는것이지만 키차이가 엄청난다.
이상하게 나는 초등학교 5학년정도때 성장이 멈춰버려 유정이와 같이 길을 걷다보면
자꾸 여동생취급 당한다.

"현지야! 씻자! 언니가 구석!구석! 씻겨줄께"
"으응..."

그래서 그런지 집에서는 유정이가 나를 여동생취급하는것 같지만..

"현지야 여기봐봐"
"으응?"

-촤악!

"풉..."
"으..너어!"

갑작스러운 유정이의 공격에 순간 욱해서 그대로 유정이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유정이와 장난도 치면서 씻다보니 시간가는줄 몰랐다.
옷을입고 나오자 맛있는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있었다.

"다 씻었니?"
""네""
"오늘 저녁은 오므라이스란다"

유정이가 먹여주려하는걸 거부했는데 그때문에 유정이가 삐져서 풀어주는데 고생했다는건 여담이다.
방에가서 유정이는 잘준비를 하지만 나는 집에 오면서 사온 과자들을 꺼내어 책을 읽으며 먹기 시작했다.

"현지야...밥먹고도 그게 들어가?"
"당연하지! 과자먹을배는 따로있다구!"
"...그래?"
"당연하지! 그나저나 내일도 학교가야되...싫다..안가면 안되나?"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
"우..."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래도 고등학교나 대학교가면 재밌는일이 생길거야"
"...그랬으면 좋겠다"

유정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밤은 깊어간다.

*
*
*
*

오늘은 하늘이 새까만 구름에 뒤덮혀 왠지 비가 쏟아질것만같다.
일기예보에서도 오늘의 강수확률은 80%라고 했으니 우산을 챙기기 잘한것 같다. 
그나저나 몇일전부터 들리던 고양이 울음소리가 신경쓰이는데..

"아앗!"
"..!??"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던도중 갑자기 유정이가 소리치는것에 순간 놀라버렸다.
고개를 돌려 처다보니 유정이가 곤란하다는듯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우산...안가져왔다.."
"난 가져왔는데 잘좀챙기지"
"히히... 집갈때 같이쓰자"
"그래..."

아침에 그렇게나 챙기라고 말을했건만 유정이는 너무 덜렁거린다니까.
내가 가져왔으니 다행이지 나도 안챙겼으면 어떻게했으려고.
슬슬 교문이 보이니 속도를 높여 유정이에게 인사를하고 먼저 교문을 지났다.
나때문에 유정이에게 안좋은 소문이생기면 곤란할테니말이다. 랄까 이미 나랑 유정이랑 같이다니는거 몇번 보여서 소용없으려나?

오늘은 그냥 하루종일 편하게 수면을취했다. 학교에 자러오는데 쿠션은 필수아이템! 
선생님들이나 다른애들이 나를 건들이지않으니 방해받지 않고 잠을 잤다.
종례시간에 다음달이 시험이라는것을 전해듣고 청소하는아이들만 남은뒤 나머지아이들은 집에돌아간다.

여자아이들은 유정이를 중심으로 하교를하는것같았다.
오늘은 유정이가 나보고 같이가자고했으니 알아서 떼어놓고 나를 따라올것이니 먼저 교실에서
나와 1층현관에서 유정이를 기다렸다.

"현지야아..!"
"어 왔어?"
"하아..미안..하아...해.."
"숨좀 고르고 출발하자."
"응"

어느정도 안정된것같아 우산을피고 걸어자가 유정이가 내 우산을 빼앗아들고는 내옆에 달라붙었다.
멍하니 바라보자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왠지 기분이나빠 뿌리치자 손을잡는다.

"현지는 작으니까 내가 들어야지"
"...안작거든!!?"
"아하핫 미안미안"

뚱한표정으로 걸어가는데 굵은 빗방울이 우산에 부딛히고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기분좋게 울려퍼진다.
한참을 걸어가다 전의 그 고양이소리가들린다.

-냐아

이번에도 들리는걸 보니 역시..착각이 아닌것같은데..

"저기 유정아 무슨소리 들리지않았어?"
"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만들리는데?"

그때 고양이로보이는 무언가가 순간 눈앞에서 지나갔다.

"미안 먼저 집에가있어!"
"어? 잠깐..현지야!?"

유정이의 손을 놓고 빠르게 뒤를 쫓아갔다. 옷이 비에 젖는줄도 모른채로 얼마나달렸을까
막다른길에 쓰러져있는 작은 고양이 한마리를 발견하고 급히 품에안았다.
우리동네에는 옛날에 고양이울음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던탓에 매주마다 구청에서 사람이 와서
고양이들을 전부 잡아가는탓에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아...어쩌다...여기까지온거니.."

원래 하얀색이었을 고양이의 털은 온통 흙투성이에 지저분해있었고 비에 젖어 떨고있었다.
누가 키우던 아이는 아닌것같은데 기력이 없는지 아무런 저항을 하지않는다.
이러고있는 도중에도 비는 계속내렸고 이 아이라도 비를 맞지않게 하기위해 품속에 넣고는
다시 집으로 뛰기시작했다.

"하아...하아..."

신체활동이라고는 전혀 안하는 나였기에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뛰어서 그런지 어지러웠고 점점 시야가 흐려지는것같다.
점점 집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뛰는건지 걷는건지 모를 나에게 보이는 풍경이 여러개로 나뉘어보인다.
결국 집앞까지 오는데에 성공한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
*

"...으"

더워...머리아파...어지러워...감기에걸린건가..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익숙한 내방이다. 순간 어지러워져서 다시 드러누웠다.
이마에서 무언가가 떨어진느낌에 찾아보니 젖은물수건이있었다. 그보다..고양이는?
그순간 이불안이 들썩이며 하얀 털을가진 고양이한마리가 나왔다.

-냐~

기운을 차린건지 누워있는 나에게 올라오더니 얼굴을 부빈다.

"읏..!? 가..간지러!"

이상하게 애교를부리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살살 쓰다듬어주자 갸르릉거리며 좋아한다.
아픈줄도모르고 고양이와 뒹굴거리며 놀고있다보니 방문이 열리며 유정이가 들어온다.

"혀...현지야!? 괜찮은거야!?"
"으..으앗?"

유정이가 놀란표정으로 들고온 쟁반을 내려놓더니 눈깜짝할사이에 나에게 달려들어 이마에
손을 얹더니 껴안았다.

"이 바보야!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갑자기 사라지더니 문앞에 쓰러져있는거 봤을때
너가 잘못된줄알고 얼마나 무서웠는데!"
"미...미안..."

이렇게 심하게 화를내는 유정이는 처음이라 무서워서 고개를 숙이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했다.
그러자 유정이가 내 머리에 손을올리더니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

"그나저나 그때 뛰어갔던건 저 고양이때문인거야?"
"으응... 우리동네는 길고양이 없는거 알잖아."

유정이때문에 놀란듯 침대 한구석에 숨어버린 녀석을 품에 안았다.
불안한지 내 품안에 파고들어온다. 쓰다듬어주니 긴장이 풀렸는지 잔뜩 힘이 들어간 몸이 추욱 늘어졌다.

"동물병원에 데려가보니 다행히 영양실조에 감기뿐이래."
"그렇구나... 아! 나 얘 키울거야 이름은 시로가 좋겠다"
"그래. 엄마도 반대는 안하시니까.읏샤 일단 밥먹자"

그러더니 갑자기 나를 안아올리더니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힌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라서 바둥거리자 꽉 껴안아 움직이지 못하게한다.
어찌할수없어 몸에 힘을풀고 기대자 죽을떠서 내 입에 가져다준다.

"자 아 해"
"에..? 아..."
"아구 잘먹네 우리현지"

숟가락이 커서그런지 내 입이 작아서 그런지 한숟가락 퍼서 내 입에 넣었을뿐인데 너무 많이들어와 볼이 먹이를 입에 넣은 햄스터마냥 빵빵해졌다. 현지는 우물우물 먹고있는 나를 보더니 갑자기 웃기시작한다.

"...푸흣 귀...귀여워 햄스터같아"
"우으...우물우물.."

햄스터같다니..으...
괜히 얼굴이 뜨거워져 불만 가득한 얼굴표정을 하고 우물우물 입안에 있는 죽을 먹었다.
당연히 유정이는 내가 귀여워서 죽을것처럼 웃고있었다.

유정이가 먹여주는 죽을 어느정도 먹자 배가 불러와 더 못먹겠다고 말하자 죽을 내려놓고 약을 가져왔다.
그런데 약이 어째 내가 제일 싫어하는 가루약이다.

"앗 그러고보니 약이 가루약이네. 미안 이것밖에 없다고 그래서 어쩔수 없었어.."
"으으...내가 이거 엄청 싫어하는거 알면서. 다른약국 갈 생각은 안했었나봐?"
"에헤헤"

으으..그렇게 웃어버리면 뭐라 더 화내기도 뭐하잖아.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가루약을 물에 타 나에게 내민다. 그래 이까짓거 눈 감고 꿀꺽 하면되겠지.
유정이에게 약을 받아 단숨에 마셔버렸다.

"..케흡..케흡!"
"앗..현지야 괜찮아!?"
"으..응..써서...케흣.."
"자 여기 물"
"으우...고..고마워..."

물 한컵을 다 비우자 조금은 쓴 느낌이 사라진것같았다.

"자 그러면 이제 씻어야지?"
"에? 응"

그러고보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버려서 찝찝하다. 조금 추운것같기도..

"음...근데 씻을 수 있겠어?"
"힘들거같은데..."

이게 문제다. 기운이 없어서 몸에 힘이 안들어가는것 같다.
그렇다고 유정이에게 씻겨달라고 부탁하기도 미안하고 솔직히 같은 여자끼리고 자주 서로 알몸을 보지만 조금..부끄럽다.
아파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약한모습 보여주기가 싫다고할까..이미 충분히 약한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있긴 하지만..

"그러면 옷 벗어봐 물수건으로 닦아줄께 그러면서 이렇고저런걸.."
"으응.."

목욕을 하고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유정이의 말에 따르기로했다.
그리고 뒤에 뭐라고 말한것같은데..작아서 잘 안들렸다.
그냥 상체에 땀만 좀 닦으면 될것같아서 잠옷의 웃옷을 벗었다. 그러자 유정이가 내 몸을 빤히 쳐다보는게 아닌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쳐다보는건 몇번 없어서 얼굴이 달아오르는게 느껴진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돋아 양 팔로 몸을 감싸안았다.

"앗 얼굴 빨개졌다 귀여워"
"으으...빠..빨리..해 장난치지말고.."
"예이예이"

몸에 땀을 닦아내고나니 찝찝했던 느낌이 사라져서 기분이 좋아졌다. 겸사겸사 옷도 갈아입었고.
약의 효과가 나타나는지 점점 졸려서 눈을 부비고있자 유정이가 나를 침대에 눕혀주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 시로가 내 옆에 붙어서 부비댄다.
시로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어주면서 나도 점점 잠에 빠져들게되었다.

*
*

유정이의 간호로 감기도 언제 그랬냐는듯 다 나아서 다시 지긋지긋한 학교에 나가야된다.
그런데 요즘 유정이가 왜인지 모르게 나를 피한다는 느낌이 든다.
뭐 그래봐야 몇일밖에 안됬지만 어째 찜찜하다. 의심하는것은 좋지 않지만 무엇을 꾸미고있는지 궁금하다.
오늘도 방과후에 항상 같이 가자며 나에게 말을 걸던 유정이는 어디갔는지 보이지않는다.
할수없이 혼자 교실에서 나와 1층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유정이의 뒷모습이 보이길래 말을 걸려던 순간 유정이와 항상 붙어다니던 두명이 내 옆으로 지나간다.

"아! 지예야 혜연야!"
"앗 유정이다 안그래도 찾았었는데"
"오늘도 그거 할거지?"
"응 응! 가자!"

뭘 한다는거지? 숨어서 대화를 엿들어보았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아무튼 유정이와 유정이 친구의 일이다. 내가 참견하고 끼어들 수 없는것이다.
그런데 유정이가 학교에서만 수상한 행동을 하는것이 아니라 집에서도 나를 피하는게 매우 수상하다.
집에 돌아오면 혼자서 방에들어간다. 궁금해서 들어가보았지만 숨기고는 모른체한다.
말해주지 않아 궁금하기도 하고 답답했지만 말 못할 비밀이 있겠지 하고 대수롭지않게 넘어갔다.
그것이 내가 관련된 것임을 알지 못한채.

오늘은 9월 17일.모든 학생들이 좋아하는 주말이 되었다. 오늘도 주말을 보람차게 보내기 위해 하루종일 침대
에서 굴러다닐 생각으로 늦잠을 자려고 했는데 유정이가 아침 일찍 나를 깨운탓에 내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현지야~"
"우우..1분만 아니 하루만 더어.."
"아니 얘가 참! 잠을 무슨 하루종일 자려고하니? 일어나!"
"싫어.."
"일어나면 너가 좋아하는 쿠키 구워줄께"

쿠키라는 한마디에 잠이 확 달아났다.
유정이가 쿠키를 구워준적이 없는것 같지만 과자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몸이 저절로 반응한다.
그나저나 내가 주말에 어떤 생활을 하는지 제일 잘 알고있는 유정이가 무슨이유로 날 이렇게 괴롭히는걸까..
아직 정신은 잠에서 덜 깨어난 탓에 몽롱하다. 유정이도 이걸 노렸는지 멍하니있는 나를 멋대로 씻기고 옷까지 입힌다.
이쯤이면 슬슬 눈치를 챌 수 있다. 나를 데리고 밖에 나가려는 속셈이겠지.
너무 집안에만 있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 라는 이유로 말이다.

유정이에게 끌려가다싶히 하여 나오게 된 곳은 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다보면 사람들이 많은 거리가 있는데 그곳
의 한 카페였다. 그런데 우리 둘이서 데이트를 한다면 이곳은 잘 안오는데 의아해서 물어보았다.

"유정아 여긴 왜온거야? 우리 이런데는 잘 안다니잖아?"
"아..그랬던가? 조금만 기다려봐 마실거 사올께"
"...응"

역시 뭔가 이상하다. 나한테 찔리는게 있나? 아 있긴있지. 요 한주간 계속 나를 피해다니던것. 그것말고는 떠오르는것이 없다. 
유정이를 기다리다보니 카페의 문이 열리면서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소녀 두명이 들어왔다.

한명은 단발머리에 다른 한명은 머리를 양갈래로 묶었다.
귀엽네 라고 생각하고 바깥 거리를 구경하던 도중 그 두명이 내쪽으로 걸어온다.
옆에 자리가 있어서 그쪽으로 가겠거니 했는데 내가 앉아있는곳으로 다가오더니 내 맞은편에 앉는것이 아닌가.
어쩐지 기분이 나빠서 째려보자 내 존재를 알아차린것인지 그제서야 둘이서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나를 돌아본다.

"앗 혹시..?"
"..하아?"
"유정이가 말한대로라면 여기가 맞는것같은데.."

뭐? 방금 쟤네가 뭐라고한거지? 유정이 이름이 나온것같은데

"너네 방금 유정이라고했냐?"
"앗!?"
"아 맞구나. 안녕 유정이 친구인 이지예라고해. 옆에 얘는 강혜연"
"안녕 강혜연이라고해."

지예..혜연.. 저번에 그 두명인가보다.그나저나 어째서 여기에 있는거지? 오늘 나랑 유정이 둘이서 놀러나온거아니었나?
유정이는 언제오는거야 설명이 필요한데
설마 자기 친구들한테 소개시켜주려고 이렇게 부른건가? 이런거 필요없다고 말했을텐데
고개를 돌려보니 마침 유정이가 마실것을 들고 이쪽으로 오고있었다.

"아! 벌써왔네 안녕 지예야 혜연아"
"응응!"
"안녕"
"..하아"

난 전혀 안녕못하는데 말이다.
그래도 웃는얼굴에 침 못뱉는다고 기분이 나빠도 유정이 친구라는데 할수없지.조금 어울려줄까나..
그나저나 아까부터 지예라는 애가 자꾸 날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것같은데 시선을 돌리다 눈이 마주치자 반짝인다.

"유정아 유정아!"
"으응?"
"현지 나 주면안되?"
"안되"
"히잉.."

...역시 기분이 나쁘다. 그냥 떼를 써서라도 집에 있겠다고 할껄
이미 나온것 할수없지. 유정이가 사온 음료수를 마시기 시작했다.
나에게 말을 거는것들을 다 무시하고 음료수만 마시자 포기했는지 자기들끼리 떠든다.
그나저나 여자애들 수다는 대단하구나. 대화의 주제가 너무 빨리빨리 바뀌는거 같다.
끼어들 틈도 없고 끼어들 생각도 없기때문에 언제 집에갈까 생각하며 시간을 죽이기로했다.

그후 미리 정해놓은듯 여기저기 끌려다녔다.
어느새 나의 존재는 하얗게 잊어버린듯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나는 생각 안하는거냐
백화점의 여러 옷가게를 시작으로 인형이 되었다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정신없는 하루였다. 
집에와서 미역마냥 축 처져있자 유정이가 걱정되는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현지야..괜찮아? 오늘 많이 힘들었지.."
"그걸 알면서 억지로 끌고간거냐"

아 실수 너무 피곤했는지 생각한것이 입밖으로 튀어나갔다.
내 말을 듣더니 얼굴표정이 굳어지는것이 보인다. 나름 나를 즐겁게 해주려고 계획을 만든것 같은데
전혀 즐겁지 않았다. 그냥 셋이서만 놀꺼면 나를 부르지 말던가 약올리는거냐고.
오늘 있었던 일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화가난다.

"그래 너네끼리만 웃고 떠들거면 나는 왜부른건데? 나는 너 외에 다른사람이랑은 잘 대화도 안하고 싫어하는거알잖아 멋대로 여기저기 끌고다니고 옷입히기 인형만들고"
"그..그게 어떻게 된거냐면..."
"아 됐어 말하기 싫어 쉬러갈꺼야"

그러곤 그대로 등을돌려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유정이가 소리친다.

"항상 너를 볼때마다 외롭고 쓸쓸해보였어! 학교에서는 나말고 다른 친구를 만들려 하지않았잖아!
너는 괜찮다 신경쓰지말아라 하지만 얼마나 신경쓰이는지 넌 모르지?! 내눈에는 넌 곧 꺼질듯한 촛불처럼 위태로워보여.
밖에서는 쿨한척 하는데 집에서는 그렇지않아. 외롭잖아? 사실 친구 사귀고싶잖아?
좀 너 자신에게 솔직해졌으면 좋겠어.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난 너의 둘도없는 친구고 가족이니깐!"

왜..왜 멋대로 나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하는거야? 외로워?쓸쓸해? 전혀 그렇지않아. 내가 친구를 사귀건 말건 뭔상관인데?
지금의 내가 진짜 나야.

"아니야 아니야! 너가 나에대해 뭘 그리 잘 안다고 그런말을해? 웃기지마! 나는 나야 난 항상 이렇게 살아왔어!"

내 과거를 들추는 유정이의 말에 나는 부정했다. 지금의 내가 진짜 나이기에 과거의 일은 묻어버리고 잊고싶어서..

우리 가족도 원래는 화목한 가정이었다.
비록 가난했지만 그래도 유정이네 가족과 함께 웃고 즐겁게 이야기하고 남부럽지 않은 가족이었다.
하지만 그건 나와 엄마의 착각이었던걸까..
어렸을때의 나는 우리 집이 어떤 형편이었는지,가난했는지 아무것도 몰랐었다. 밥을 하루에 두끼만 먹는것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어느날 가족끼리 외출을 나갔을 때 아주 큰 곰인형이 눈에 띄었었다.
그래. 그때의 나는 인형을 아주 좋아했었다. 그래서 그 인형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비싼 인형의 가격때문에 부모님이 싸우게 되었고 그 결과 아빠가 집을 나갔다.
그리고 내가 9살이 되던 해 아빠가 보란듯이 새로운 여자와 함께 나와 엄마를 찾아왔다.
엄마는 충격이 컸던것인지 정신이 나간것처럼 비틀대며 집에서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그 후 몇년간 나는 학대를 받으며 살았다.
심지어 아빠란것은 어린 나에게 성폭행을 하려다가 때마침 찾아온 유정이네 가족덕분에 구해지게 되었다.

아빠와 새엄마는 잡혀가게 되었고 나는 유정이의 가족과 살기 시작했고 시간은 지나갔다.
내가 그 인형을 보지만 않았더라면. 인형을 사달라고 조르지만 않았더라면 그렇게 되지도 않았을텐데..
나때문에 이렇게 됬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상처가 깊었기때문에 배신당했다는 충격에 나는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가면을 쓰기로 결심했다.

"어렸을때 널 처음 만났어. 밝고 활기찬 아이였지. 내성적인 성격에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나에게,언제나 혼자
였었던 나에게 너는 손을 내밀어주었어. 그때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알아? 친구가 없던 나와 친구가 되어주고 
항상 나를 끌고다니며 다른 친구들과 친해지게 도와줬어. 그덕분에 나도 점점 성격이 변한거야.
그리고 널 좋아하게되었지. 그런데 그 사건 이후로 넌 한순간에 다른사람이 되어있더라."

있는힘을 다해 오열하듯 외치는 유정이의 낯선 모습에 뭐라 말을 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가만히 있어야 했다.

"힘들었다는거 알아! 너가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도피할거야? 계속 도망만 친다면 넌 평
생 괴로울거야 하지만! 내가 곁에 있어 가족이 있잖아! 비록 내가 겪은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픔을 나눌 수
있어 그래서 가족이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옛날의 밝고 활기찬 너로 돌아와줘. 너는 절대 잘못한게 없으니깐!
너때문에 그렇게 된게 아니니깐! 응?"
"아..아..."

내 마음속에 뭉쳐있던 응어리가 사라지는것 같았다.
그래..난 이 말을 듣고싶었다. 어쨰서 나는 모든걸 짊어지려고만 생각한걸까.. 이렇게 곁에서 힘을주는 친구..
아니 가족이 있는데.. 난...난...

억눌려있던 여러 감정이 태풍처럼 겉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우는 나를 유정이가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 후 몇시간을 울었는지 기억이 나지않는다. 정신이 들고보니 내 방인걸로 보아 울다지쳐 잠든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일요일 아침이었다. 방에서 나와보니 유정이가 엄마를 도와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큰 소리로 유정이를 부르고는 소리쳤다

"유정아! 오늘 네 친구들이랑 놀러가자!"

-냐아~!

우리집 고양이 시로의 울음소리가 기분좋게 집안에 울려퍼졌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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