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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아침이었다. 아무래도 집으로 돌아와서 기절하듯 잠에 빠져든것 같았다.

음 그래 맞아 어제 죽이지 않았던 소녀를 데리고 왔지. 그 때 그 소녀는 어째서 자신을 죽이지 않았냐며 소리쳤다.

그러더니 자신이 들고있던 비닐봉지에서 칼을 꺼내어 자살을 시도하기에 기절시키고는 집으로 들고왔었지.

 일어나기 위해 팔을 움직이자 무언가가 잡힌다. 부드럽고 말랑한 감촉에 무심코 빠져들뻔 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분명 내 방 침대에서 재웠을터인데 왜 내가 자고있는 거실로 나온걸까. 음 막상 이렇게 자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지금까지 내가 모았던 사람들도 살아있는 상태였다면 이렇게 아름다웠을까? 가만히 대답을 생각해보니 역시 아니오인것같다.

역시 사람은 살아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것이구나.. 그럼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던 것일까.

 상처투성이인 손으로 소녀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려 주었다. 지하실에 전시해놓은 사람의 머리카락과 느낌이 달랐다.

여러 약품처리로 인한 꺼림찍한 느낌과는 달리 부드러웠다. 향기로운 냄새도 느껴진다. 이번엔 볼을 만져보았다. 말랑말랑한게 재밌어서 계속 만지던 도중 어쩐지 악몽을 꾸는듯 얼굴색이 안좋아졌다. 어찌할까 우왕좌왕 하다가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자 틀리지는 않았는지 조금 나아진듯 하다. 한동안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아침식사를 위해 부엌으로 갔다.

 막상 아침을 만들어 먹자니 딱히 어떤것을 만드는게 좋을지 생각이 나지않았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어제 사러나갔다가 그냥 돌아왔다는 것이 기억났다. 할수없이 죽이라도 만들기로 했다. 죽을 만들면서 내가 왜 이런짓을 하는지 잠깐 의문이 들었으나 어자피 나는 내가 내키는대로 행동하는터라 가볍게 넘겼다.

 대충 죽이 완성되어서 가지고 가려는데 마침 일어났는지 거실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려왔다.

그릇에 담긴 죽을 들고 거실로갔다. 자는 모습도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잠이 덜 깨서 멍한 저 모습도 왠지 귀여웠다. 아무래도 무언가에 씌인것 같다. 낯선 장소에 어리둥절 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이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자연스레 눈이 마주쳤다. 그래서 싱긋 웃어주었지만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바로 전날에 자신을 죽이려 했던사람의 집에서 일어난데다가 자신을 죽이려던 그 사람이 자신을 보며 웃고있다. 딱히 좋은상황은 아닐것이다.

 두려움에 물들은 얼굴을 보자 순간 죽이고 싶었으나 몸이 반응하지는 않았다. 조심스럽게 죽이 담겨있는 그릇을 들고 다가가자 무서운지 그자리에 굳어서 몸을 떨기 시작한다. 어쩔수 없이 그릇을 내려놓고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이렇게 무서워하는 사람을 대해본것은 처음이기에 어떻게 해야되는지 잘 모른다. 머리를 긁적이다가 안아주었다. 놀란듯 몸을 떠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안겨온다.

 한동안 소녀를 진정시켜주다가 밤새 땀을 흘렸는지 옷에서 냄새가 났다. 순간 나한테서 나는 냄새인가 했지만 아니었다.

옷을 벗기고 씻고오라고 말했다. ...죽은 다시 만들지 뭐. 욕실로 소녀를 밀어넣고 아까 옷을 벗겼을 때 온몸에 상처와 멍으로 가득한 몸을 보고 놀랐다. 무슨짓을 당했기에 그 가녀린 몸이 그런 상태가 된 것일까. 내 알 바는 아니겠지.

소녀가 나오기 전에 죽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입힐 옷과 약이 담긴 상자도 찾기로 했다.

 아무래도 죽을 만들어 준건 정답이었나보다. 몇일동안 먹을것을 구경하지도 못했다며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모습이 꼭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 같았다. 죽을 다 먹어치우자 갑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갑작스러워서 당황했지만 티는 내지않았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하루 한끼 입에 풀칠도 겨우겨우 하면서 생활하다 자신의 아버지가 돌연 사채를 쓰고는 도망갔다는것, 그것을 돈을 벌기 위해 나간줄만 알고있다가 난데없이 험악하게 생긴 사람들이 오더니 끌려가서 노예가 되었다는것이다. 그리고는 입을 다물기에 어떻게 도망쳤냐고 물어보려다 말았다. 

 역시 가난하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건 참 힘든것 같다. 어찌보면 이 소녀도 가족한테 버려진거구나.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나한테는 혼자 일어설 힘이 있었지만 이 소녀는 없었다는것이다. 그럼 그때 내가 이 소녀를 죽이지 않았던것은 동질감 때문인걸까? 아무래도 그런것이겠지. 나도 가족에게 버려진 슬픔을,괴로움을 알기에 이대로 그냥 갈곳없는 소녀를 밖으로 쫓아내는짓은 할 수 없다.

 나도 참 머리가 이상해진것 같다. 너무 살인을 많이해서 그런건가? 악명높은 살인자가 고작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소녀때문에 갑자기 사람이 변하다니 웃기지도 않는다. 말도 안된다. 하지만 나는 이런놈이다. 원하는대로 살아왔던 나니까. 결심했다. 이 소녀를 웃게해주자고 말이다. 비록 이 세상은 썩었지만 이 더러운 세상에 태어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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