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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특급? 글공부]-그 연안에서-

2018.08.13 10:47 조회 수 8 장작추가 1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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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선박 실종' 사건이 접수된 '어느 연안'에 관한 불길한 소문들이 전 항구에서 퍼지고 있었다. 극소수의 살아돌아온 이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말을 떠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할 뿐 대부분 심각한 정신불안 증세에 시달리다 정신 병원에 수감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대부분의 항구에서는 선박 전체에 해당 '연안'에 대한 함부로 접근을 금했다. 그리고 오직 그곳을 통과하는데 '비싼 통관비'를 받는 중간 구역의 허가를 받고 지나는 것으로 처리하고 있다. 일단 허가가 끝나고 지정하는 낮 시간대에 통과한 이들의 증언으로는 매우 화창하고 맑아 해안을 통과하기 딱 좋은 그저 경치 좋은 연안에 불과할 뿐이라고 한다. 다만, 매번 그 좋은 해안의 모습의 묘사가 통과한 이들마다 다른 게 특이점이지만.

 허나 비싼 통관비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보니 이를 무시하고 연안을 통과하려하나 대부분..

 

 

이것은, 이 '연안'에서 해류를 타고 흘러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수색대가 발견한 당시 항해일지다.]

 

 

 

 

 

모년, 모월, 모일, 모시.

 

...항해는 순조로웠다.

 

 

 

통상 통관비에 거의 4배를 할인행사라고 요구하는 게 어디 있나! 게다가 통관 시설이랍시고 그딴 쓰레기통이나 다름없는 허술한 곳을 잘도 통관 시설이라고 내걸어 만든 이곳 연안 담당 놈의 면상이 궁금하다. 대부분의 항구들은 뭐가 무서워서 그런 곳에 비싼 돈을 줘가며 것도 바빠 죽겠는데 '특정시간'에만 통과를 허락한다는 것도 뭔 속셈인지. 흥.

 

 

 

그러거나 말거나 우린 단단히 준비했다.

 

구축함단만 수십여척, 순양함단 10여척, 전함급 함단 4척, 항공모함 2척, 그리고 중요한 화물을 나르는 화물선만 100여척.

 

 

 

화물선단을 중심으로 완전 사방으로 삥 둘러싸고,

 

항공모함에서 초계기(정찰)로 계속 주기적으로 비행하며 전방을 주시하고,

 

여차하면 화력에서 절대 밀리지 않을 순양함단과 전함단의 포탑 안 포탄은 꽉꽉 채워놓았다. 구축함단도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어뢰관에 어뢰를 항시 대기시켜 놓고 대비를 철저히 하였다.

 

 

뭐든, 올테면 와보라지.

 

 

 

 

모년, 모월, 모일, 모시.

 

 

마침내, '그 연안'에 도착했다. 하늘은 청명한 해가 뜬 맑은 날씨. 오히려 환영인사를 해주는 것 마냥 바다 파도도 잔잔한 게 괜한 겁이나 먹은 다른 항구 멍청이들에게 뭔 얘기를 해줄까 실소가 나올 정도였다. 우린 이대로 연안 안으로 전속 항행을 진행했고 항해는 걸릴 것 없이 뻗어나가 연안으로 깊숙히 들어갔다.

 

 

물 안개가 조금씩 다가온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높은 함교 관측병의 말에는 멀리 안개 너머 까지 높이가 일정하다고 보고받아 그다지 대수롭지 않겠다는 판단이 내려져 항해 지속이 결정됐다. 아직까진 초계 항공기들도 공중에서 우릴 볼 수 있으니 들어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년, 모월, 모일, 모시.

 

 

잘만하면 '공짜'로 물건을 다른 곳으로 전달할 수 있을 듯 싶었다. 항해는 순조로웠고 물안개랍시고 보고된 것도 여전히 물안개의 높이는 일정하고 초계기들도 잘 돌아오면서 보고하니 절대 겁먹을 일은 없을 거라 본다.

 

 

파도가 조금씩 너울을 치고 있었지만 함대 대열을 흐트려 놓을 리는 만무했고 모두 절대 자기 눈에 보이는 위치에서 흐트러지지 말 것을 엄격히 정했으며 특히 화물선들은 호위 함대 바깥으로 함부로 움직이지 말 것을 정했다.

 

 

 

 

모년, 모월, 모일, 모시.

 

 

물안개의 높이가 조금 높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 항단 전체를 못보는 정도는 아니었다. 초계기들도 조금만 신경 써 착륙해서 복귀하는 등 문제는 없었다.

 

연안 깊숙히 들어가면 갈수록 화물선들이 뭔가 자꾸 선박 바닥에서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는 보고가 나왔지만 구축함단들이 주위를 돌면서 확인해본 결과 아무것도 발견한 게 없었다. 그래도 혹시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다면 계속 보고하라는 말을 전하고 항해는 지속됐다.

 

 

 

 

 

 

모년, 모월, 모일, 모시.

 

 

파도가 조금씩 심해져가고 물안개로 생각했던 바다 환경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계기판에는 태풍까진 아닌데 열대성 비마냥  쏟아졌다.

 

초계기들도 항공모함으로 복귀가 조금 힘들어진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베테랑들이 먼저 출발하고 그 뒤로 따라 나오는 방식으로 변경시켜 초계 작전을 입안했고 구축함단들도 점점 함선과 함선 사이 거리를 좁히가기 시작했다. 그만큼 시야 보기가 어려워져 갔다.

 

 

항해 속도는 정상. 이젠 전함단의 높은 함교 관측 탐지망으로는 앞 너머가 무엇인가 보기 어려워져갔다. 물안개와 비구름이 뒤섞인 바다의 모습에서 관측은 오직 우리 눈앞만일 듯 싶었다.

 

 

 

 

 

 

모년, 모월, 모일, 모시.

 

화물선 몇척이 실종됐다. 화물선단 전체를 소집시켜 물었을 때 모두 분명히 거리 대오를 지키고 있었고 구축함단 역시 대오를 흐트러 뜨리지 않았다 보고했다. 잃어버린 화물은 그리 비싼 건 아니었지만 대오의 후열에서 앞선 함선들이 잘 지나가는 거에 정신을 안차려 생긴 일이라 판단했다.

 

 

 

 

모년, 모월, 모일, 모시.

 

 

초계기들의 조종사들은 비는 들이치고, 항단을 보기 힘들어지며 점점 이륙하기에도 바람이 이상하게 불어 더는 함부로 비행기를 띄울 수 없다고 항의했다.

 

그런데 공중에서 상황을 못 보면 어쩌냐는 항단 항의도 이어졌다. 서로 간의 전파가 잘 안잡혀 거리를 더욱 가까이 위험할 지경까지 좁혀 갔다.

 

 

돌아가야 한다는 소동이 진압됐다.

 

 

계기판들이 제대로 방향을 못잡아갔다.

 

 

 

 

 

모년, 모월, 모일, 모시.

 

습격이 있었다.

 

 

바닷속, 물안개 속, 구름이 가득한 상공에서.

 

몇 척의 순양함들이 뭔가에 붙잡혔고 함포가 불을 뿜었지만 이내 부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바닷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그림자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눈을 끌기 위해 함단에서 일부 나온 구축함단 몇이 주변을 돌았는데 그게 오히려 명을 재촉했다.

 뭔가에 맞아 터지는 폭음과 폭연이, 그리고 두동강이 나서 움찔하다 바다로 순식간에 사라져가는 그림자까지.

 

 

화물선 상당수도 난리통에 휩싸여 사라졌고 살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도망친 화물선들은 계기판 안에서 반짝임이 사라졌다.

 

이따금 들리는 비명소리와 괴이한 소리들. 대체 뭘까 뒤에 것은.

 

 

 

도망쳐도 심한 파도와 앞을 보기 힘든 안개들과 비바람, 뭔가가 우리 밑에서 계속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희망이라면 겨우 돌아온 몇 안되는 '초계기'들의 보고에서 '뭔가 큰 그림자가 우리 밑에 있다'란 거..일까.

 

 

 

 

 

모년, 모월, 모일, 모시.

 

겨우 이 함정만 살아 도망쳤을 즘이면..

 

 

이미 항단 전체가 뭔가에 당했겠지.

 

난 봤어. 그 거대한 전함을 마치 뜯어먹는 마냥 아가리를 벌린 것을. 남은 초계기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때론 조롱하며 때론 날카롭게 다가와 하나, 하나 뭔가를 토해내는 날라다니는 것들..

 

 

항공모함단에서 대공포가 쉴새없이 뿜어져 나왔지만 이내 뭔가에 맞아 터지고 조용해져가는 것을, 그리고 점점 기울어져 가는 항공모함단의 그림자를. 그리고 뭔가가 길쭉한 아가리가 옆구리를 뜯고 있는 것을.

 

 

살아야 한다. 항해고 뭐고 다 버리고.

오, 하느님. 제가 대체 뭐를 봤(에서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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