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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한 단상.

2018.08.06 08:03 조회 수 19 장작추가 1 / 0

 

그 중 백미로 꼽히는 이야기는 이거다.








..한 이단심문관이 있다.


이단심문관하면 딱 떠오르는 '이 놈은 마녀다! 화형!'하고 윽박지르는 광신자들을 떠올리기 쉬울 거다. 

 90을 넘기는 이 이단심문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나이가 들대로 들었으니 더욱 피도 눈물도 없다. 그가 집행을 위해 데리고 다니는 무리와 함께 전역을 돌며 이단을 색출하고 믿음이 결여된 이들을 징벌하는 일로 평생을 바쳤다.



그런 어느 가난한 작은 마을에 도착했을 때 그의 눈앞에서.



진짜 '예수'가 헐벗고 굶주려 죽은 가여운 소녀를 부활시켜주는 광경을 보게 된다.



'오오 신이시여. 드디어 이 지옥같은 현실에 몸부림치는 당신의 어린 양들을 버리지 않으시고 다시 구원해주실 분을 보내셨다니.'



라며 누구보다 예수님의 말이 적힌 성서를 절대 놓지 않고 불신자에게 믿으라 외친 노구의 이단심문관은 그를 두팔 벌려 환영했음이 당연한듯 싶었다.



답은 '네놈을 화형에 처한다'였다.




아니?! 어째서?


이단심문관은 예수를 체포하고 자기가 '주님'을 화형시키는 이유를 설명한다.




본시 이단심문관은 젊었을 시절 신심이 깊은 자였다.

 이단심문관은 성서에 적힌대로 '선한 마음'은 당연히 하느님의 구원을 받기 위해 반드시 행해야 하는 것이라 여겼다. 좀 잘 모르는 신자라도 어쨌든 진실로 착하게, 선하게 사는 것이 세상에 이로움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허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배고픔에 시달리고,

욕정이 들끓으며,

머리도 무식하기가 한도 끝도 없다.


아니, 무엇보다 엉뚱히도 '기적'을 요구한다. 진짜가 아닌 '가짜'를.



세상의 대중은 믿음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성서 내용에 적힌 '수많은 이들을 기적적으로 배불리 먹이는 이야기'나, '죽은 이를 되살리는 이야기'에만 관심 있을 뿐이었다.


먹고사는 개돼지 정신에서 하나도 해방되지 않았다. 심지어 하느님이 그런 인간들에 분노하여 멸하려 하니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며 대신 죄를 짊어지셨건만.


하는 수 없이 가짜 기적들을 만들어 신자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고 불신자들을 처단하고. 그렇게 인류 사회를 이끌어왔다. 진짜가 아니라 가짜로 만든 제국으로.





이단심문관은 이것이 제가 당신을 화형을 선고하는 이유이니 부디 조용히 은거하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며 침울한 답을 내놓는다.

 잠자코 듣던 예수는 열린 뒷문으로 나가기 전 이단심문관의 뺨에 입을 맞춰주고 나가고 다음날 이단심문관은 자기 길을 떠난다.










가짜로 만들어진 제국이 어찌 종교뿐이랴. 더 똑똑하다 헛소리하는 지금 시대도 가증스런 가짜에 거짓의 땅과 몸뚱이로 만들어졌거늘.


심지어 종교를 노예의 도덕이라 부르짖던 자조차 '대중은 진실로 인간이 갈 길을 가르쳐주는 현자에게 돌과 모욕을 날리고 그저 하루하루 자극적인 걸 주는 악마에겐 박수를 보낸다'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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