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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시) 왜 도끼를 드는 가

2018.02.01 11:50 조회 수 21 장작추가 1 / 0

 


붉은 핏줄기가 흩뿌려진 눈 벌판을 가로질러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서리가 낀 두터운 외투와 모자를 푹 쓴 채.

어깨엔 피와 살점, 서리가 엉긴 무쇠도끼를 이고.


걷는다.




푹. 푹.


빠지는 발과 다시 내딛을 때 스치는 눈덩이.




온통 순백의 말없는 벌판.


그러거나 말거나.





걷고 또 걷는다. 끝없는 흰 지평선 너머로.





배낭 옆주머니에서 꺼낸 피가 뚝뚝 흐르는 생고기.


외투 주머니에서 꺼낸 때낀 수통 뚜껑을 여니 나오는 김.


품 속에서 꺼낸 꽃 한송이.







어둑해지고 눈보라는 거칠어진다.


그 너머 붉은 눈과 이빨을 번뜩이는 검은 얼굴들.



어깨에 맨 도끼를 바닥에 잠시 내려놓고

손바닥에 침을 한 번 내뱉고 슥슥 문지른다. 


도끼가 손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저 놈들 중 어느 놈이 따뜻한 기억을 되살리 게 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