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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종 by 제임스 스티븐스

2016.01.08 23:59 조회 수 75 장작추가 3 / 0

"전 우주에서 가장 사악한 종족이 한때 이 태양계에서 살았습니다."


목사가 말했다. 목사는 두 팔에 두 다리 그리고 돼지 꼬리가 달린 질경이였다. 그리고 그는 하나님의 문양이 새겨진 커다란 성직자용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검은 바탕에 화염 무늬의 단도가 새겨진 문양이였다. 목사는 난쟁이 행성계 출신의 원주민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높고 떨리는 듯한 언어로 연설하는 중이였다. 그는 이번에 종교 순례를 안내하는 임시 임무를 맡았다.


"그들은 약 1세기 전에 지옥탄으로 무장한 성스러운 전투선에 의해 파괴되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자면, 딱 알맞은 때에 그리 되었지요. 그들은 이미 초보적인 우주 여행을 시작할 차비를 마치고 있었고, 자신들의 위성과 가까운 행성들을 방문해 놓았던 터입니다. [오하]께서는 우리가 만일 그들을 발견해 멈추게 하기도 전에 그들이 자신들의 추잡한 풍습을 퍼뜨리며 [문명화된 우주]로 떼지어 몰려든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일찌감치 알고 계셨던 겁니다."


올더바라니아 항성계에서 온 침팬지처럼 생긴 복사가 로브의 주머니에서 양 손을 빼서는 격렬하게 주의를 모았다.


"뭔가요?"

질경이처럼 생긴 목사, 주울이 물었다.


"그들은 대체 누구입니까?"


"그들은 자신을 [흙의 사람들Earthman]이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전혀 흙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답니다."

주울이 대답했다.


"나는 왜 전에는 한번도 [흙의 사람들]에 대해 들어 본 일이 없을까요?"

평상복을 입은 벨테기즈에서 온 한 주교가 물었다. 그는 커다란 껍질 안에 꽉꽉 밀어 넣어진 조그만 타조처럼 생겼다.


"사건 전체는 당시 [고위 성직자 위원회]에 의해 법복 아래에 주의 깊게 감추어졌답니다. 위원들은 이 비천한 [흙의 사람들]을 발견했다는 뉴스가 퍼지면 성스러운 주민들이 너무나 엄청난 충격을 받고 그 결과로 믿음을 잃거나 속죄를 위한 대량의 자설 소동이 일어날까 무척 두려워했습니다. 사실 태양계가 순례 여행에 개방되고 그 불경스런 이야기 전체가 믿음을 강화시키는 유용한 재료로 쓰이게 된 것도 아주 최근에 들어서야 가능해진 일입니다."


"[흙의 사람들]은 어떻게 발견되었고 저지되었습니까?"

릴 항성계의 물행성 출신인, 가시가 난 성게 모양의 신학생 한명이 질문했다. 그 학생은 자신의 몸을 원면으로 겸손하게 감싸고 있었다. 그는 이제 자신이 침묵의 서약을 충분히 지켰다고 여긴 참이였다.


주울의 라임그린 빛 피부가 고결한 미소로 한 줄기 주름을 만들며 갈라졌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우연이고 순전히 행운 탓이라고 하지만, 전 오히려 [오하]의 우주적인 정의가 실현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흙의 사람들]이 그들의 악을 퍼뜨릴 의도에서 한 일은 오로지 자신들을 파괴하는 씨를 뿌린 결과뿐이니까요. 이제 신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는 겁니다!"


"형제여!"

하늘거리는 반투명 직물 속에서 안개인 듯 떠다니는 정령처럼 생긴 센타우리 출신의 수도사가 외쳤다.

"우주에 정녕 신은 계시고 우리는 그 분의 미천한 종들입니다! 제발 엎드려 빌건대, [오하]의 놀라운 권능에 대해 좀더 이야기해 주시오."


"그 불경스런 [흙의 사람들]은 깊은 우주 속으로 현판 하나를 보냈답니다. 우리 정찰선이 그것을 발견했지요. 우리의 신성한 과학자들과 축복받은 수학자들은 현판을 조사했고, 마침내 그 위에 새겨진 기호들의 의미를 해독해 냈지요. 그것은 일상적인 정보들이었습니다. 파이π의 값, [흙의 사람들]을 그린 스케치, 태양계와 태양계 속에 그들의 고향 행성이 자리한 위치 따위입니다."


"그런 것은 간단한 교리 문답 수준의 정보로군요. 목사님, 모든 지성을 가진 종족들은 우주 여행의 초기에는 그런 정보를 담은 현판을 쏘아올리지 않습니까? 마치 아이가 [나 좀 봐요, 나 뛸 수 있어요!]라고 외치고 싶어하는 것과 똑같은 충동이죠."

적갈색 판탈롱에 신중히 몸을 감싼 토르IV 항성계 출신의 두꺼비 모양의 신학자가 지적했다.


"네."

주울이 다시금 분노에 떨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우리 중 어떤 종족도 그렇게 사악하고 타락했으며 완벽하게 악에 물들어 있진 않았단 말입니다. 세상에! 그들은... 그들은... 벌거벗은 모습을 그린 스케치를 보내왔단 말입니다!"


"벌거벗었다구!"

침팬지가 비명을 질렀다.


"벗었어?"

타조가 삑 울었다.


"벗다니!"

성계가 소리를 질렀다.


"나체라니!"

두꺼비도 고함을 쳤습니다.


"그렇습니다. 벗었습니다."

주울이 신성한 분노로 돼지 꼬리를 딱딱하게 굳히고 말을 이었다.


"이제 여러분은 왜 우리의 조물주이신 [오하]께서 이 야만적인 이교도 [흙의 사람들]을 파괴하라고 미리 정해 놓으셨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감히 우주에 포르노그라피를 퍼뜨릴 만큼 사악한 종족은 마땅히 멸종되어야 하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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