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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시스트라테》는 제가 처음으로 본 연극 작품이었습니다; 그 전에 학예회나 그 비슷한 곳에서 연극이란 형식의 공연을 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 길이나 내용 그리고 전문적인 배우가 출연하는 첫번째 연극 작품이었단 의미입니다. 이 작품이 어떤 분위기인지 소개하는 간단한 트레일러 영상을 보시죠.



아래는 《뤼시스트라테》의 대본입니다; 감성아저씨 블로그로부터 가져와 읽기 편하도록 편집했습니다. 중복되는 대사도 있었고 누락된 부분도 조금 있는것 같습니다; 작품의 내용을 파악하는데는 무리가 없을것 같습니다. 내용을 알게되었다면 그리스어로 공연하는 연극도 한번 감상해보세요; 조금 다르지만 대본을 보면서 영상을 따라가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습니다.


뤼시스트라테
Lysistrate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


뤼시스트라테 / 아리스토파네스

뤼시스트라테 / 아리스토파네스


◈ ≪뤼시스트라테≫에 대하여


비극은 항상 인간의 한계성에 저항하는 반항 정신을 다루는 반면 희극은 그것을 견디는 인간의 능력을 찬양하며 그 사회를 보존 운영해 나가는 사회의 요구와 능력을 다루기 때문에 항상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희극에서는 특히 사랑이 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에는 사랑보다는 성이 더 많이 다루어지고 있다.

이 작품이 씌어진 해는 기원전 411년으로 잠시 평화가 오는 듯하였으나 다시 아테나이는 전쟁으로 여러 가지 고민에 봉착하게 된 시기이다. 시국은 매우 긴박하여 평화의 주장도 용납되기 어려운 때였으나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그의 평화론을 주장하며 썩어빠진 정치인과 관리들을 비판한다.

주인공 뤼시스트라테는 오랜 전쟁과 남자들의 졸렬한 해결책을 보다 못하여 모든 여성들이 단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결심한다. 그녀는 모든 여성들이 일제히 남성과의 성적 접촉을 거부하면 남성들은 참을 수 없을 것이며 결국에 가서는 여자들의 주장에 찬성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여자들도 자신이 없어 반대하는 이도 많으나 결국 합의하여 아크로폴리스의 신전에 있는 군자금까지도 차지하게 된다. 군자금까지 빼앗긴 남자들은 강제로 여자들을 물리치려고 하나 워낙 여자들이 강하여 오히려 당하게 되며 드디어 설득당하기에 이른다. 더구나 뮈리네의 남편 키네시아스는 정욕을 참지 못해 아이까지 데리고 아내에게 호소하러 오지만 결국 여자들의 작전 ― 잔뜩 흥분시켜 놓고 관계는 하지 말자는 ― 에 넘어가 완전히 패배 당한다. 드디어 아테나이뿐 아니라 스파르타의 남성들도 모두 참을 수 없어 여자들의 주장에 굴복하고 마는데 뤼시스트라테는 양국의 과거의 우호를 상기시키며 전쟁을 계속하는 남자들의 어리석음을 역설하고 평화를 성립시키게 된다.

아리스토파네스는 그의 평화주의를 역설하는 데 있어서 여성들의 성적 보이콧이라는 기상천외의 구상과 이에 따르는 직접적이며 노골적인 표현을 꺼리지 않았다. 그의 모든 작품이 넘치는 생동감과 낙천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거의 동물적인 생명감과 충만감이 자유로운 성의 표현에 의해 유감없이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병적인 육욕이나 청교도적인 죄의식 같은 것이 배제되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우리가 읽고 볼 때에 조금도 불쾌하거나 거슬리게 느껴지지 않는다.


[등장인물]
뤼시스트라테
칼로니케; 아테나이의 여인
뮈리네
람피토; 스파르타 여인
노인 코러스
여자 코러스
아테나이의 행정위원
늙은 시장 여인들
키네시아스; 뮈리네의 남편
스파르타의 사자
스파르타의 사절들
아테나이의 사절들

새벽 아테나이의 거리.


뤼시스트라테아프로디테나 박코스나 판 신의 잔치에 여자들을 초대한다면 탬버린 때문에 아테나이는 다닐 수도 없을 거야. 흥, 그런데 지금 여기 여자라곤 한 사람도 없잖아. 옆집 여자가 나오는군. 잘 있었어?
칼로니케잘 있었수, 뤼시스트라테. 왜 그렇게 편안치 않은 얼굴예요? 상을 찌푸리면 못 써요. 이맛살을 찌푸리고 노려보면 얼굴이 미워져요.
뤼시스트라테나도 알아요, 칼로니케. 하지만 난 우리 여자들의 행동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구요. 남자들은 우리 여자들이 모든 나쁜 짓엔 비상한 재주가 있어서 절대로 못 말린다고 생각하거든.
칼로니케그야 정말 그렇죠!
뤼시스트라테한데 정말 중대한 일을 계획하고 꾸미기로 나하고 약속해 놓고서 모두들 잠만 자고 안 나오지 뭐야.
칼로니케오겠죠. 여자들이 한번 나오려면 얼마나 어려운지 아시지 않아요. 어떤 이는 아직도 남편 때문에 정신없을 거고, 또 어떤 이는 하녀를 깨우고 있을 거고, 아이를 재우랴, 목욕시키랴, 먹이랴 야단일 거예요.
뤼시스트라테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또 어디 있겠수.
칼로니케그게 뭔데, 뤼시스트라테? 왜 우리 여자들을 모두 불렀죠? 얼마나 큰 일이유?
뤼시스트라테아주 큰 일이야.
칼로니케그리고 굵고?
뤼시스트라테정말로 아주 굵어.
칼로니케그럼, 왜들 이렇게 늦지?
뤼시스트라테그런 일이 아니에요. 그런 일이라면 벌써 다 모였게. 이건 내가 며칠 밤을 자지 않고 이리 뒤치고 저리 던지고 해서 생각해 낸 일이라구.
칼로니케그렇게 이리저리 뒤치고 던졌으면 교묘한 거겠네요.
뤼시스트라테너무 교묘해서 모든 그리이스인의 생사가 여자한테 달려있다니까.
칼로니케여자한테요? 그렇다면 그리이스는 아무것도 아니네요.
뤼시스트라테이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게 우리니까 스파르타 인들을 하나도 살려 둘 순 없지―
칼로니케한 놈도 안 남기면 얼마나 좋겠수!
뤼시스트라테그리고 테바이에 사는 모든 생물들을 다 멸망할 거야―
칼로니케뱀장어는 빼놓고! 테바이의 맛있는 뱀장어는 남기라구요!
뤼시스트라테그리고 아테나이에 대해서는― 똑같은 말을 할 수가 없군요. 하지만 내 말의 뜻을 생각해 봐요! 만일 내가 말한 것처럼 스파르타와 테바이와 모든 연맹국 그리고 우리 아테나이에서 모든 여자들이 모이기만 한다면 우리는 다같이 그리이스를 구할 수가 있어요.
칼로니케우리 여자들이 뭐 그런 정당하고 영광스런 일을 할 수가 있나요? 그저 앉아서 꽃과 선정적인 노란 가운으로 치장이나 하고 동양의 비단으로 몸을 휘감고 질질 끌면서 화사한 구두로 모양이나 내는데요?
뤼시스트라테그런데 바로 그것들이 우리가 믿는 힘이란 말이야― 야한 노란 가운, 향수, 구두, 연지, 그리고 환히 비치는 드레스.
칼로니케하지만 그것들이 무슨 도움이 죄죠?
뤼시스트라테그러면 우리 시대에는 다시는 적에게 창을 휘두르는 남자가 없게 될 거야.
칼로니케나도 어찌됐든 드레스를 노랗게 물들여 입어야겠군!
뤼시스트라테방패를 드는 자도 없을 것이고―
칼로니케나도 아주 다 비치는 가운을 입어야겠어!
뤼시스트라테칼을 빼드는 자도 없을 거고―
칼로니케나도 구두를 사야지!
뤼시스트라테두고 봐요. 아테나이 사람들 습성대로 뭐든지 꾸물대다 놓쳐 버릴 거야. 그런데 해안 읍내에서 한 여자도 안 나타났고 살라마스에서도 마찬가지야.
칼로니케틀림없이 살라마스에서 오는 여자들은 해협을 건넜을 거예요. 그들은 언제든지 밤에 기회를 타거든요.
뤼시스트라테아카르나이에서 제일 먼저 올 줄 알았는데, 읍내에서 바로 가까운데도 그들조차 아직 안 왔으니.
칼로니케하지만 그들 중의 하나는 오고 있을 거예요. 지금쯤 배를 타고 오고 있을 거라구요. 저기 봐요, 여자들이 저기 오고 있어요.
뤼시스트라테이쪽에도 여자들이 오고 있군―
칼로니케아휴, 이 냄새! 어디서 오는 여자들일까?
뤼시스트라테저 아래 습지에서 오는 거야.
칼로니케맞아요! 밑바닥을 온통 휘저은 것 같은 냄새가 나요.

(뮈리네와 다른 여자들 들어온다)


뮈리네안녕하세요, 뤼시스트라테? 좀 늦었나보죠? 왜 그러세요? 왜 말을 안하세요?
뤼시스트라테뮈리네, 이런 일에 이제사 오다니. 다 알아봤어.
뮈리네글세, 깜깜해서 허리띠를 찾을 수가 있어야지. 그렇게 긴급한 일이 무언지 말해 봐요. 여기 와 있으니까요.
칼로니케아이, 안돼요. 스파르타와 테바이에서 대표가 올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립시다.
뤼시스트라테그게 좋을 것 같아요.

(람피토와 다른 사람들 들어온다)


뤼시스트라테람피토가 오는군! 자, 람피토, 가장 사랑하는 스파르타 친구. 정말 예쁘고 아름다워요! 저 싱싱한 살결! 얼마나 훌륭한 체격이야! 황소라도 거꾸러뜨릴 것 같아.
람피토정말 그럴 수 있을 거예요. 난 운동을 많이 하거든요. 궁둥이를 박차고 흔들거든요.
칼로니케정말 젖통도 잘 생겼거든!
람피토제물로 바칠 암소 만지듯이 날 만지고 있네.
뤼시스트라테그리고 여기 다른 젊은 분은 어디서 오셨나요?
람피토이분은 테바이에서 이름난 분이에요. 대표로서 충분한 분이죠.
뤼시스트라테확실히 테바이를 대표할 만해요. 이렇게 말쑥한 씨밭을 가졌으니.
칼로니케정말, 그렇군요! 잡풀1)은 하나도 없이 모두 뽑았어요.
뤼시스트라테저기 저 여자는 누구죠?
람피토코린토스 사람들한테는 작거나 옹색한 데가 조금도 없다니까요.
칼로니케맞아요! 이쪽에서 저 여자를 보니까 조금도 옹색해 보이지 않는군요.
람피토그런데 누가 우리 여자들을 이렇게 한떼로 불러 보았죠?
뤼시스트라테여기 내가요. 내가 그랬어요.
람피토말해 봐요. 뭘 하려고 하는지 말예요.
칼로니케정말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말해 주세요!
뤼시스트라테그럼 얘기하죠. 그런데 내가 말하기 전에 먼저 물어 볼게 한 가지 있어요.
칼로니케뭐든지 물어 보세요.
뤼시스트라테여러분들은 전쟁터에 나간 애들의 아버지, 여러분의 남편들이 보고 싶지 않으세요? 모두 남편들이 집에서 멀리 떨어져 군대에 가 계실텐데요.
칼로니케우리 남편은 다섯 달 동안이나 트라키아에 나가 있어요. 장군의 문지기인데 장군이 달아나지 못하게 지키는 거래요.
뮈리네우리 남편은 칠 개월 동안이나 퓔로스에 나가 있어요.
람피토우리집 양반은 가끔 휴가로 집에 오긴 하지만 오자마자 또 금방 날아가 버려요.
뤼시스트라테애인도 없고, 남자라곤 하나도 남아 있지 않군, 동방 동맹국들이 우리를 배신한 이후로는 남자 대신 우리를 기쁘게 할 6인치 짜리 가죽 대용품 하나도 구경을 못했으니. 그러니 여러분은 만일 내가 전쟁을 끝내 버릴 묘안을 내놓는다면 다 합세해 주시겠어요?
칼로니케물론이죠. 이 옷을 저당잡혀 하루에 그 돈을 다 마셔버리는 일이라도 따라 하겠어요!
뮈리네저두요. 가자미처럼 이 몸을 잘라 반을 내 놓아야 되는 한이 있어도 말예요.
람피토나두요. 난 타위게스토스 산2)을 올라가래도 올라가겠어요. 만일 거기서 평화를 내려다볼 수만 있다면요.
뤼시스트라테그럼, 말하죠. 이제 내 계획을 터놓겠어요. 그리이스의 여성들이여! 만일 우리가 남편들이 평화를 맺게 만들려면 절제해야 합니다……
칼로니케뭘요? 말해 봐요!
뤼시스트라테그런데 그렇게 할 수 있어요?
칼로니케죽어야만 된다 해도, 하겠어요!……
뤼시스트라테좋아요, 그럼. 우린 육체 관계를 완전히 절제해야 돼요. 왜 돌아서는 거죠? 어딜 가려고 그래요? 그리고 당신은― 왜 뾰로통해 가지고 인상을 쓰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당신은 왜 얼굴빛이 변했지? 당신은 왜 눈물을 흘릴까? 그렇게들 할 거예요, 안할 거예요? 왜들 망설이지?
칼로니케안할래요, 절대로. 전쟁이야 계속할 테면 하라죠!
뮈리네나도 안하겠어요. 절대 안해요. 전쟁 같은 건 그대로 계속되라죠.
뤼시스트라테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가자미 부인? 금방 몸을 둘로 쪼개겠다고 열변을 토하구선?
칼로니케다른 거라면, 아무거나 다 좋아요. 만일 내가 불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야 한대도 하겠어요. 그건 육체 관계를 끊는 것보다야 낫죠! 그것 이상의 것이 이 세상엔 없으니까요, 뤼시스트라테.
뤼시스트라테당신은 어때요?
뮈리네나도 기꺼이 불 속으로 걸어 들어가겠어요.
뤼시스트라테아, 우리 전 여성의 완전한 타락이군! 우리가 이런 무자비한 마음가짐을 가졌으니 우리를 소재로 비극이 씌어지는 것도 무리가 아냐. 그러나 스파르타에서 온 내 친구여, 만일 당신만이라도, 당신 하나만이라도 내 편에 서 준다면 아직도 우리 목적을 이룰 수가 있어요. 내 쪽에 표를 던져요!
람피토그건 어려운 조건이에요. 굉장히 어려워요. 튼튼한 물건 없이 잠자리에 든다는 건 말예요. 하지만 어쨌든…… 글쎄……하겠어요. 우린 평화가 그만큼 중요하니까요.
뤼시스트라테아, 고마운 친구! 이 중에서 단 하나의 진짜 여자구나!
칼로니케만일 우리가 당신이 말하는 걸 억제하면 ―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 그걸로 해서 정말 평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뤼시스트라테난 절대적으로 확신해요. 만일 우리가 앉아서 화장을 하고 피부에 좋은 크림을 바르고 맨 몸에 환히 비치는 가운만 걸치고 우리의 삼각주를 아주 매끄럽게 치장하고 남자들한테 다가서면 그들은 흥분해서 붙어 보려고 할 거라구. 그 때 우리가 딱 거절하고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면 그들은 부랴부랴 휴전을 하게 되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일이야.
람피토정말이야. 스파르타에 이런 얘기가 있어요. 메넬라오스가 헬레네의 젖가슴을 보고 그의 칼을 내던졌다고요.
칼로니케그런데 만일 우리 남편들이 우리를 내던져 버리면 어떡하죠?
뤼시스트라테이런 옛날 속담이 있지. "그대 자신을 알라."
칼로니케그건 소용없는 말이에요. 난 싸구려 대용어는 싫어요. 하지만 남편들이 우리를 완력으로 침실로 끌로 들어가면 어떡하죠?
뤼시스트라테문기둥에 매달려야죠.
칼로니케그럼 ― 만일 우릴 때린다면?
뤼시스트라테그럼 굴복해야지. 하지만 아주 불쾌하게, 서투르게 하는 거야. 강제로 하는 것은 기분이 안 나니까. 그리고 계속 끄는 거야. 그러면 손을 들어 벌릴 테니까 ― 걱정 말아요. 여자가 협력하지 않으면 남자도 재미가 없을 테니까.
칼로니케당신 둘이 이 계획에 찬성이면 우리도 그렇게 하죠.
람피토우리 스파르타 여자들은 남자들을 설득해서 진정하고 모는 면에서 참된 평화를 지키도록 하겠어요. 하지만 어떻게 아테나이의 전쟁 좋아하는 남자들을 전쟁에서 손을 떼도록 설득시키죠?
뤼시스트라테걱정 말아요. 우리가 우리 남편들을 설득시킬 테니까. 그들은 평화를 지킬 거예요.
람피토그들에게 바다 위에 떠 있는 군함과 파르테논 신전에 쌓인 막대한 돈이 있는 한 어려울 걸요.
뤼시스트라테하지만 그 일은 벌써 손을 써 놓았어요. 우리는 오늘 중으로 아크로폴리스를 손에 넣게 되어 있어요. 나이 먹은 여자들한테 그 일을 하도록 명령해 놓았죠. 우리가 여기서 만나는 동안 그들은 제물을 바치는 척하고 가서 아크로폴리스를 장악하는 거지.3)
람피토모든 게 잘 진행되는군요. 당신의 말은 아주 재치가 있어요.
뤼시스트라테그렇다면, 람피토, 이제 뭐 기다릴 게 없잖아요? 이제 우리를 영원히 결속시킬 맹세를 합시다.
람피토자, 그 맹세가 뭔지 말해 봐요. 우린 따라서 맹세할 테니.
뤼시스트라테좋아요. 그 여자 순경이 어디 있지? (여자 순경을 찾고있는 무장한 여자 순경에게) 아니 뭘 두리번거리고 찾고 잇지? 우리들 앞에 당신의 방패를 뒤집어 내려놓아요. 그리고 누구든지 가서 짐승 내장 좀 가져와요.
칼로니케뤼시스트라테, 아니 도대체 뭐에다 대고 맹세를 시키려고 그러세요?
뤼시스트라테뭐냐고? 아이스퀼로스의 연극에서 폭도들이 했다고 하는 것처럼 양의 피와 내장을 가지고 방패에다 대고 하는 거지.
칼로니케안돼요. 뤼시스트라테. 이 맹세가 평화와 관계가 있는 이상, 방패에 맹세하지 말아요.
뤼시스트라테그럼, 뭐에 대고 하지? 아마존 사람들처럼 어디서 백마를 구해서 그 내장을 조금 잘라 내야 할까?
칼로니케어디서 말을 구하죠?
뤼시스트라테그런데 어떤 종류의 맹세가 우리한테 적당하지?
칼로니케내가 말해 볼까요. 먼저 커다란 검은 술잔을 땅에 놓고는 근사한 포도주 술병에서 술을 따르고 거기에다 엄숙한 맹세를 하죠 ― 물은 한 방울도 섞지 말고요.
람피토정말이지, 그게 좋겠군요.
뤼시스트라테누구든지 안에 가서 술잔과 술병을 가져와요.

(칼로니케가 얼른 갔다 나온다)


칼로니케이봐요, 여러분 ― 이 도자기 술병 어때요? 이걸 잡아만 봐도 금방 기운이 좋아져요.
뤼시스트라테자, 거기 놓아요. 모두 오른손을 이 제물 위에 얹어요. 오, 설득의 여신이여, 오, 사랑의 술잔이여, 이 제물의 피를 받으시옵소서!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칼로니케맑게 흐르는 걸 보니 빈혈은 아니군요. 아주 좋은 징조예요.
람피토여러분,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제일 먼저 맹세하죠.
뤼시스트라테아프로디테 신에게 맹세코 그건 안돼! 당신이 제비로 첫 번째로 뽑혔다면 모르지만 ― 자, 모두 잔 위에 손을 얹어요. 그래, 람피토도 얹어요. 그리고 당신들 중에 한 사람이 대표로 내 말을 따라 하세요. 모두 그가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 맹세하는 거니까 그 맹세를 지켜야 돼요. 애인이나 남편이나 이 세상의 어떤 남자도 ―
칼로니케애인이나 남편이나 이 세상의 어떤 남자도 ―
뤼시스트라테일으켜 세워 가지고 접근하지 못할 것이니라. 따라 해요.
칼로니케일으켜 세워 가지고 접근하지 못할 것이니라. 아이고, 내 무릎이 꼬일려고 그래요, 뤼시스트라테!
뤼시스트라테그리고 집에서는 혼자서 꼬이지 않는 생활을 할 것이며,
칼로니케집에서는 혼자서 꼬이지 않는 생활을 할 것이며,
뤼시스트라테비단 옷을 입고 화장하여 예쁘게 가꾸며,
칼로니케비단 옷을 입고 화장하여 예쁘게 가꾸며,
뤼시스트라테그래서 남편이 내게 뜨거운 욕정을 느끼게 만들고,
칼로니케그래서 남편이 내게 뜨거운 욕정을 느끼게 만들고,
뤼시스트라테절대로 기꺼이 남편에게 허락하지 않으리라.
칼로니케절대로 기꺼이 남편에게 허락하지 않으리라.
뤼시스트라테만일 그가 내 뜻을 어기고 강압적으로 나오면,
칼로니케만일 그가 내 뜻을 어기고 강압적으로 나오면,
뤼시스트라테서투르게 하며 회답하여 몸을 흔들지 않으며,
칼로니케서투르게 하며 회답하여 몸을 흔들지 않으며,
뤼시스트라테내 페르시아 슬리퍼를 천정을 향해 올리지도 않을 것이며,
칼로니케내 페르시아 슬리퍼를 천정을 향해 올리지도 않을 것이며,
뤼시스트라테칼자루에 조각된 사자처럼 웅크리고 앉지도 않을 것이며,
칼로니케칼자루에 조각된 사자처럼 웅크리고 앉지도 않을 것이며,
뤼시스트라테내가 이 약속을 지키면 이 술을 마시게 해 주시고 ―
칼로니케내가 이 약속을 지키면 이 술을 마시게 해 주시고 ―
뤼시스트라테내가 이 약속을 어기면, 잔을 물로 채우소서!
칼로니케내가 이 약속을 어기면, 잔을 물로 채우소서!
뤼시스트라테모두 이와 같이 맹세합니까?
모두네!
뤼시스트라테그럼 우리의 맹세를 바치는 뜻으로 이걸 마시겠습니다.
칼로니케모두 나눠 마십시다. 그래야 시작부터 서로 정답게 될 테니까요.
람피토저 떠들썩한 소리는 뭘까요?
뤼시스트라테내가 말했지 않아요, 여자들이 벌써 파르테논 신전과 아크로폴리스를 점령했다고. 그러니까 람피토, 당신은 스파르타로 가서 모든 걸 잘해 봐요. 하지만 여기 데려온 이 친구들은 인질로 두고 가요. 우리는 성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합세해서 문에 빗장을 질러야지.
칼로니케하지만 곧장 남자들이 그 성을 구해 내려고 집결해서 공격해오면 어떡하죠?
뤼시스트라테그런 건 조금도 걱정할 것 없어요. 제 아무리 위협을 하거나 불을 지른다 해도 문을 열지는 못할 걸. 우리가 내건 조건이 아닌 다음에는 말야.
칼로니케아프로디테께 맹세코 안되죠! 안 그러면 무적의 여장부란 이름을 빼앗길 거니까.

(나간다. 장면은 아크로폴리스의 입구로 바뀐다. 아주 늙은 남자 코러스가 통나무와 화로를 들고 천천히 들어온다)


첫번째노인전진! 오, 드라케스, 그대의 두 어깨가 아프고
이 올리브 생나무가 너무 무거워
허리가 부러질 것 같겠지만
한 걸음씩 앞으로!
두번째노인정말 인생은 길지만 살다 보면
희한한 일도 다 많지!
이런 일을 당하리라고 그 누가
생각이나 해 보았겠나, 스트뤼모도로스? ―

우리가 먹여 살린 마누라들을
무능한 짐으로만 여겼더니만
이제 파르테논과
아크로폴리스 전체를 점령하고
그 입구를 장악하더니
곧장 빗장을 걸어 문을 막아 버렸어.
아크로폴리스로 서둘러 가세.
이 통나무를 둥글게 삥 둘러놓고
저기 저 여자들을 몽땅 쌓아 화장을 시켜 버리자.
우리들 손으로 태워 버리자.
주동자나 추종자나 구별할 것 없이!
세번째노인결코 그들이 나를 얕보지 못할걸!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약 백년 전 스파르타 인들이
이 아크로폴리스를 점령했을 때
그걸 구한 게 누군데.
우리의 포위로 그들의 왕4)은 6년 동안이나 목욕을 못했지.
그 난폭한 왕이 드디어 항복했을 때
그에겐 아주 더럽고 더러운
셔어츠 하나뿐.
코러스난 얼마나 단단히 그를 포위했었다구! 성문들은 하나같이 사나운 무장 군인들이 열일곱 겹으로 싸고 있었거든! 그런데 에우리피데스와 모든 신들이 싫어하는 여자들이 이런 못된 짓을 하는데 내가 그냥 보고만 있을 것 같아? 어림없지! 그걸 막지 못한다면 마라톤에서 받은 우리의 트로피를 부숴버려라!

하지만 아직도 길이 멀구나.
우리가 가려고 하는 요새까지에는
가파른 언덕과 꼬불꼬불한 길.
짐 끄는 노새도 없는데
저 꼭대기까지 어떻게 이 짐을 끌고 가나?
내 어깨는 다시 나을 수도 없게
패어져 들어갔구나.
하지만 우리는 더 높이 터덕터덕 올라가야지.
불씨가 꺼지지 않게 계속 불면서.
길을 다 가기 전에 불이 꺼지지 않게.
후! 후!
아이고 숨 막혀!
웬 연기가 이렇게 날꼬!

헤라클레스님! 화로에서 연기가
사납게 날아 나오는군요!
미친 개처럼 내 눈을 물어뜯어요!
이건 계집 불일 겁니다.
이 늙은 눈을 요렇게 호비는 걸 보니.
하나 우리는 꺾이지 않고 나아갑니다.
저 위의 아크로폴리스로,
거기엔 아테나 신전이
적의 손에 함락돼 있으니까요.
자, 동지들! 이 때야말로 여신을 구해야잖겠소?
후! 후!
아이고, 숨 막혀!
웬 연기가 이렇게 날꼬!
첫번째노인참 다행이요. 불씨가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소!
두번째노인여기다 우리의 나뭇짐을 내려놓고 그리고 포도나무 가지를 화로에 넣어 불을 붙여 가지고.
세번째노인대문으로 몰려가서 문을 두드리고 흔들어 보죠.
첫번째노인만일 여자들이 우리의 이런 최후 통첩에도 문을 열지 않으면 대문에 불을 붙여요. 그럼 연기가 그들을 질식시킬 거요.
두번째노인자, 짐을 내려놓읍시다. 후, 후, 웬 연기야! 하지만 불어야 하니까 할 수 없지.
세번째노인요새 제 아무리 유능한 장군이라도 우리처럼 이렇게 나무를 나르지는 못할걸세.
두번째노인이제서야 내 허리를 산산이 조각내던 나무를 내려놓게 됐군.
세번째노인자, 화로 단장! 명령하시오. 불씨여. 잠을 깨라고. 그리고 여기서 신고하라고. 내게 활활 타는 횃불을 쥐어 달라고.
첫번째노인승리의 여신이여, 우리와 함께 하소서! 여자들의 만용을 진압하시면 당신과 우리가 그들을 무찌른 빛나는 기념비를 세우겠습니다.

(중년 부인들의 코러스가 가까이에 나타난다)


여자연기 속에서 불빛 같은 섬광이 번쩍이는 것 같애. 여러분, 서두릅시다.
여자코러스아, 빨리 날아가라. 쏜살같이 도착하라.
강풍이 무섭게 질주하여
앙심 품은 늙은이들이 사납게 불지른 화염 속에서
칼뤼케와 크리튈레가
산 채로 불타 없어지지 않도록!
한데 한 가지 걱정이 되는군.
내가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새벽에 샘가에서 항아리에 물을 채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어.
들끓는 사람들, 아우성 소리, 항아리 부딪치는 소리.
하녀들, 낙인이 찍힌 여자들한테
떠밀려 떨어져도,
이렇게 항아리를 굳게 잡고
불타는 친구들을 구하려고
용감하게 왔다네.
수다스럽고, 어리석은 늙은 바보들,
나뭇단을 산처럼 짊어지고
이 길을 기어 올라왔다고 들었지.
목욕물을 데우려는 마음에서가 아니라
못된 여자들을 석쇠에 놓고
숯검정처럼 태워 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려고!
하지만 아테나 여신이여!
내가 친구들이 타는 것을 결코 보지 않게 하소서!
아니, 그들이 그리이스의 모든 국가와 그 시민을
어리석은 전쟁으로부터 구원케 하소서!
금으로 빛나는 투구를 입은 여신이여.
그들은 그 목적을 위해 감히
당신의 성전을 점거했습니다―
아테나이를 지키는 여신이여―
이 고상한 목적을 위해
불길을 무릅쓰고 우리에게
물을 내려 주시기를 애원합니다!

(노인 중의 하나가 시끄럽게 오줌을 눈다)


여자코러스조용히! 저 소리가 무슨 소리지? 아하, 고약하고 쌍스럽게! 신앙심 있는 인간이라면 저런 짓을 할 수 있을까?
남자코러스저것 봐! 이건 기습인데! 아이구, 우리 아래에도 한 떼, 위에도 한 떼, 포위당했군!
여자코러스우릴 보고 왜 놀라죠? 우린 별로 많지도 않은데. 안엔 수만 명이나 되는데 당신들은 일부도 제대로 보지 못한 거예요.
남자코러스오, 파이드리아스, 여자들의 저런 호언장담을 듣고 가만히 있을 작정인가? 나무가 조각이 나도록 저들을 때리지 않겠소?

(노인들은 싸우기 위해 옷을 벗기 시작한다)


여자코러스우리도 물 항아리를 내려놓읍시다. 저 남자들이 싸움을 걸면 움직이는 데 방해가 될 테니까.
남자코러스누가 저들의 턱을 두 번이나 세 번이고 쥐어질러, 떨어져 덜그럭거리게 해야 되는 건데 ― (옛날 시인의 말대로) ― 그래야 그 지절대는 소리를 듣지 않을 텐데.
여자코러스자, 어디 해 봐요. 누가 날 때리지 않겠어요? 난 이렇게 서서 기다리겠어요! 그 대신 당신의 망태기는 다시는 어떤 암캐도 쥘 수 없게 만들어 놓을 테니까.
남자코러스닥쳐 ― 아니면 몽둥이 찜질을 해 주고 말 테다.
여자코러스누구든지 나와서 스크라튈리스한테 손가락 하나라도 대 보시지.
남자코러스그럼, 우리가 주먹으로 그녀를 가루를 내면 우리를 죽일 텐가?
여자코러스아니죠, 그저 당신들의 폐와 내장과 눈을 꺼내 씹을 뿐이에요.
남자코러스에우리피데스는 정말로 똑똑했지! 그보다 더 현명한 시인이 어디 있겠어? 그는 여자란 정말 살아 잇는 동물 중에서 제일 나쁘다고 말했다니까.
여자코러스자, 로디페. 이제 철철 넘치는 물 항아리를 들어올립시다.
남자코러스아니, 뭣하러 물은 가져왔어? 빌어먹을 것들!
여자코러스그럼, 왜 불을 가져왔죠? 송장들 같으니. 자신들을 화장해 버리려구요?
남자코러스네 친구들을 장작더미 위에서 태워 버리려구.
여자코러스그러니까 물 항아리를 가져왔지. 장작더미 위에 물을 부으려구.
남자코러스너희들이 우리 불을 끈다구?
여자코러스언제든지. 어렵지 않죠.
남자코러스이 횃불로 너희를 금방 구워 버리고 말 테다!
여자코러스가루분을 가져오셨나요? 신랑 목욕물을 대령했는뎁쇼.
남자코러스나를 목욕시킨다고? 쓰레기 같은 것.
여자코러스그럼요, 신랑님. 가만히만 계세요!
남자코러스친구들, 저 건방진 소리 들었지?
여자코러스난 자유인이에요. 당신의 노예가 아닙니다.
남자코러스너희들 입을 막아 버릴 거야―
여자코러스재판은 끝났는데― 근엄한 표정은 그만 두시죠5).
남자코러스저것의 머리를 태워 버려.
여자코러스아, 물의 여신이여, 도와주소서!
남자코러스아이구 이런!
여자코러스너무 뜨거웠나요?
남자코러스아 그만둬! 이게 뭐야? 뜨거우냐구? 아이구 고만!
여자코러스더 자라라구 물을 주는 거예요.
남자코러스물이 너무 차서 시들어 버렸어!
여자코러스불을 가졌으니 몸을 데워요. 떨고들 있군. 불안해요?

(화살과 화살통을 등에 걸머진 네 명의 스퀴티아 인6) 경관을 대동하고 행정위원이 들어온다)


위원여자들의 방종이 사납게 터져 나와 탬버린을 두드리고 계속 울어대며 동방의 신을 찾고 지붕 꼭대기에서 아도니스 축제7)를 벌이더니 끝났나? 언젠가 나도 의회에서 그런 걸 직접 들은 적이 있지. 바보 같은 데모스트라토스8)가 시켈리아로 원정을 가자고 제안했을 때 그의 마누라는 춤을 추면서 "아도니스를 위해 울어 다오!”하고 소리치는 걸 보았지. 이러한 징조 때문에 그 원정은 실패했어. 그 데모스트라토스가 우리 동맹국에서 군대를 소집하자고 하고 있는데 마누라는 거나해 가지고 다시 지붕 위에 올라가 “아도니스를 위해 울어 다오! 가슴을 쳐 다오!"하고 외치더라고. 그러니까 그는 더욱 호전적이 되었지. 그 빌어먹을 황소 같은 녀석이. 여기에 여자들의 분통이 터진 거야!
남자코러스당신은 아직 여자들이 얼마나 잔인무도해질 수 있는지 모르시는군요! 다른 폭행과 동시에 우리에게 항아리 물을 뒤집어 씌웠어요. 그래서 옷이 오줌 싼 것처럼 쥐어짜게 되었죠.
위원바다의 신 포세이돈에 맹세코 무얼 기대했나? 우리 자신이 그들의 방종에 협력하고 그들에게 사악한 본보기를 보였으니 못된 생각이 자연히 그들에게서 싹트지 않겠나. 우리는 가게에 가서 이렇게 말하지. "금 세공하는 양반, 자네가 고쳐 준 마누라 목걸이 말야, 어젯밤에 춤추다가 그 못이 구멍에서 빠져나갔어. 난 살라미스로 항해를 떠나야 하니까 시간 있으면 어떻게든지 오늘 밤에 와서 그걸 고쳐 주게." 또 어떤 젊은 놈은 어린애 같지 않게 다 큰 구두방한테 이런 말을 해. "이봐, 우리 마누라의 샌달 끈이 고 가냘픈 새끼발가락을 조인다네. 그러니 점심때쯤 가서 좀더 넓어지게끔 늘여 주게." 그와 같은 일들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다 말씀야. 위원으로서 내가 함대에서 쓸 노를 흥정해서 지금 돈이 필요한데, 이 여자들 때문에 문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갇혀 버렸거든. 여기 이렇게 서 있어 봤자 소용이 없어. 막대기를 가져 와. 저 여자들을 버릇을 가르쳐 줘야겠어. 이 한심한 놈아, 무얼 멍하니 바라보고 있어? 어딜 봐? 시내에 술집 문이 아직 안 열렸다 살피나? 자, 이 쇠 지레를 문 저쪽으로 때려 박으라구. 지레로 움직여 봐. 난 이쪽을 거들 테니.

(뤼시스트라테가 나온다)


뤼시스트라테그렇게 애쓰실 필요 없어요. 내 자신의 의사에 따라서 나오니까. 막대기는 뭐에 스시죠? 우리에게 필요한 건 머리지 빗장이나 막대기가 아니에요.
위원그렇습니까? 더러운 계집 같으니. 경관 어디 갔어? 체포해. 두 손을 뒤로 묶어.
뤼시스트라테아르테미스 신에 맹세코 경찰이건 아니건 나한테 손 하나만 대 봐라. 혼을 내 줄 테니.
위원너, 겁이 나나? 몸통을 꽉 붙들어! 그리고 너도 같이 도와서 둘 사이에다 저 여자를 묶으라구.

(칼로니케 나온다)


칼로니케아르테스에게 맹세코, 그 여자한테 손 하나만 대도 밟아서 똥을 싸게 할 거다.
위원벌써 누었으니 걱정 마! 자, 또 하나는 어디 갔지? 저 여자를 먼저 묶어. 너무 조잘댄다.

(뮈리네 나온다)


뮈리네헤카테9)여신께 맹세코 그 여자한테 손 하나만 대 봐라. 부어 오른 걸 고치려고 물잔을 달랠 걸.

(경관, 위원 뒤로 달려와서 그에게 달라붙는다)


위원왜 그래? 활 쏘는 자는 어디 갔어? 그 여자를 잡으라구! (그는 빨리 골짜기 쪽으로 가 버린다) 아무도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거다.
뤼시스트라테그 여자한테 가까이만 가 봐라. 머리를 몽땅 뽑아 버릴걸! 넌 소리치며 울게 될 걸.
위원이 무슨 재난인고! 이놈도 나를 버리고 갔구나. 하지만 절대로 여자들한테 정복당해서는 안돼. 자, 다같이 나가자. 스퀴티아 경관들아! 편대를 짜서 돌진하자!
뤼시스트라테우리도 저 안에 완전히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4개 중대가 있다는 걸 아시게 될 걸.
위원진격! 적의 뒤로 가서 그들의 손을 묶어!
뤼시스트라테오. 친구들. 동지들. 여성들이여! 앞으로 돌격하여 싸우라! 오, 야채 장수, 푸성귀 장수, 곡식, 마늘, 빵, 콩 장수들, 그리고 여관 주인들, 모두 덤비라!

(사납고 늙은 한 떼의 시장아치들, 야채며 물레 등이 든 바구니를 들고 나타난다. 야채의 일제 사격이 벌어진다. 스퀴테스의 경관들은 곧 타파된다)


뤼시스트라테자, 잡아당기고, 말고 때리고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려라! 아는 욕중에서 제일 지독한 걸 골라서 욕을 퍼부어라! 중지, 중지! 질서 정연하게 물러서! 전리품은 버려 두자!
위원(비참하게. 크세록세스 왕의 말처럼) 오, 우리 경관들이 호되게 당했구나!
뤼시스트라테그럼, 어떻게 되리라고 생각하셨었나요? 노예의 무리와 싸우게 될 줄 알았나요? 여자들이 얼마나 단호해질 수 있는지 모르셨죠?
위원알고 있어― 무엇보다도 길 건너에서 술집을 발견했을 때는 그렇지.
남자코러스아테나이의 위원이여, 쓸데없는 말만 자꾸 하시는군요. 이런 짐슴들한테는 통하지 않아요. 더 소리를 지르니까요. 그렇게 차가운 물을 우리한테 잔인무도하게 뒤집어 씌워서 속내의까지 적셔 놓구, 분도 안 발라 준다니까요.
여자코러스당신들 이웃을 때리는 건 확실히 자기 자신에게 매를 가져오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멍들게, 피나게 하는 거죠. 나도 얌전한 처녀처럼 집에 편안히 앉아서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누굴 해치지도 않고 앉아 있는 게 좋지. 누가 내 벌집을 쑤시고 괴롭히지 않는 한은.
남자코러스이 사나운 짐승들을 어떻게 길들일 수 있을까?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그러니 이 사건을 조사해야 돼.
그들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신성한 아크로폴리스를 모독하고 점령하며,
이 거대한 불락의 암벽, 우리의 신성한 땅에
접근을 못하도록 문을 걸어 잠갔는지를.

자세히 조사해요!
그들의 말은 한 마디도 믿어서는 안돼.
그들을 논박하고 욕해 주라구!
우리는 이 일의 밑바닥까지.
그리고 전후 사정을 샅샅이 알아야 해.
위원맞소! 그런데 맨 먼저 알고 싶은 게 하나 있어. 도대체 왜 이 반란을 일으킨 거야? 요새를 열쇠와 빗장으로 잠그고 말야. 그 이유가 뭔지 알아야 되겠어.
뤼시스트라테거기 있는 돈을 당신들한테 주지 않으려고요. 돈이 없으면 싸울 목표가 없어지니까.
위원우리가 돈 때문에 싸우는 줄 아나?
뤼시스트라테우리의 모든 싸움은 다 돈 때문이에요. 피산드로스10)나 그와 같은 종류의 권력자들이 늘 돌발 사건을 일으키곤 한 것도 다 재물을 횡령하기 위해서죠. 자, 해볼 테면 하라지. 다시는 이 돈에 손을 못댈 걸. 사람들이 투표로써 그 돈을 쓰라고 하더라도 말이야.
위원그럼, 그 돈을 가지고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뤼시스트라테그런 걸 묻다니! 물론 그 돈은 우리가 관리하죠.
위원너희들이 그 재물을 관리해! 너희 같은 것이!
뤼시스트라테아니, 그게 뭐 이상하게 들려요? 우리가 집안 살림을 모두 꾸려 나갈 때 남자들의 돈을 보살피는 것도 우린데요.
위원하지만 그건 다르지.
뤼시스트라테뭐가 달라요?
위원이건 전쟁에 관한 돈이야. 이 돈으로 전쟁 비용을 지불해야만 된단 말이야.
뤼시스트라테도대체 전쟁을 할 필요가 없어요.
위원살기 위해서 방어가 필요없단 말인가?
뤼시스트라테다 살 수 있어요. 우리가 구해 줄 거예요.
위원누가? 여자들이?
뤼시스트라테네, 여자들이요.
위원정말 구역질 나는군.
뤼시스트라테좋건 싫건간에 당신들은 구원될 거예요.
위원난 반대야.
뤼시스트라테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어찌 되었든 이 일은 실행될 거니까.
위원정말야? 그건 불법이고 부당하고 부도덕한 짓이야!
뤼시스트라테우린 당신을 구해야만 돼요.
위원그래? 만일 거절한다면?
뤼시스트라테그럼 더 악착같이 하게 만드는 거죠.
위원도대체 어디서 그런 생각이 났을까? 여자들이 전쟁과 평화에 대해 말하는 게 어울린다는 생각 말야.
뤼시스트라테기꺼이 설명해 드리죠―
위원빨리 말해! 아니면 혼내 줄테니!
뤼시스트라테자, 내 말을 잘 들으세요. 그리고 제발 손은 가만히 두시고요.
위원어떻게 가만히 둬. 화가 잔뜩 나서, 손을 가만히 붙들고 있기가 어렵단 말야!
늙은 여인선생님, 손을 가만히 안 두시면 당할 때는 더 거칠게 당하실 겁니다.
위원마귀 같은 늙은이, 그 말은 자신에게나 깍깍대지 그래? 자, 설명을 해 보시지.
뤼시스트라테설명하죠. 지금까지 우리 여자들은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아주 얌전하게 참아 왔어요. 당신들 남자들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참아 주었죠. 남자들은 우리가 참견하는 걸 싫어했으니까요. 여자들을 괴롭히는 어떤 정치가답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도 한 마디도 하지 못하게 했으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집에 앉아서도 다 알고 있었어요. 당신들은 큰일을 졸렬하게 다루고 있다는 걸. 우리 마음은 말도 못하게 슬펐지만 웃는 얼굴로 이렇게 묻곤 했었죠. “여보, 오늘 아침 의회에서 작성한 휴전 조약 항목은 뭐였어요?” 남편은 이렇게 대답하죠. "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야? 입 닥쳐!" ― 그래서 늘 하는 식으로 이 점잖은 충고에 복종하고 얌전하게 입을 닫아 버리죠.
칼로니케난 안 그래! 정말, 난 입 다물지 않았다구요!
위원그렇다면 틀림없이 얻어 맞았겠지.
뤼시스트라테난 입을 다물죠. 부인 안해요. 그런데 우리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계획들이 꼬리를 물고 계속 결정되어 가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했죠. "요번 계획은 어리석은 계획이에요. 당신들이 도저히 성취시키리라고 생각되지 않는군요." 그러니까 그는 나를 노려보며 "당신은 옷감 짜는 일이나 걱정하라구. 그렇지 않으면 머리통이 며칠 동안 핑핑 돌게 해 줄 테니까. ― 전쟁 일은 남자들한테 맡겨."
위원정말 올바른 생각이지!
뤼시스트라테바보 같으니! 옳고 그른 건 문제 밖이에요. 당신들의 무모한 정책이 실패했을 때에도 우리는 충고를 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새 당신들 자신이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죠. 또 길에 나와 어떤 사람이 탄식하는 소리도 들었죠. "이제 이 나라엔 인물이 없다!"고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말에 동의하는 것도 들었구요. 그 후에 우리 여자들은 우리 대표들을 통해 협의했어요. 그리고 간단히 토론한 후에 우리 그리이스 전체를 구하기 위해 곧 다 함께 행동으로 들어가기로 합의했어요. 망설일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니 이제 우리 여자들이 이치에 맞는 얘기를 할 때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남자들도 우리말을 들어 준다면 당신들은 많이 교화될 거예요.
위원남자들을 교화시켜? 안될 소리!
뤼시스트라테조용히 해요!
위원나보고 조용히 하고 들으라구? 건방진 것! 죽는 게 낫겠다! 네 머리에 쓴 베일을 덮고 말야.
뤼시스트라테그렇게 해 주지. 아주 잘 어울릴 걸요. 이 베일을 내 선물로 받아 두시지. 그걸 당신 머리에 얌전히 둘러요. 알았죠? 그리고 이제 입 좀 다물어요.
칼로니케이 조그만 양털 바구니도 받아요. 당신의 띠와 얼레빗도 잡아매고요! 멋있는 아테나이 사람들이 하는 식으로 콩도 씹으시고. 전쟁은 여자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요!
여자코러스여자들이여, 물 항아리를 내려놓고
더 가까이들 오시오.
우리 친구들이 우리의 단호한 도움을
필요로 할지도 모르니까.

난 춤을 추고 또 추어도 지치지 않고,
아무리 걸어도 무릎이 끄덕 없으니,
내 친구들을 위해서 어디든 따라가리라.
그들은 참으로 용감하나니
지혜와 미모와 마음의 용기를 가졌으며
총명하고 매력적이며 유능하고 똑똑하며 애국적이고 용감하도다!

가장 용감한 할머니들이여,
그대들도 앞으로 나아가라!
그리고 그대들 위엄 있는 쐐기풀들이여, 주저하지 말라!
계속 털을 곤두세우고 날뛰어라.
아직도 행운의 바람은 너희 편이니까!

(여자 코러스와 늙은 시장 여자들이 합세한다)


뤼시스트라테만일 부드러운 사랑의 요정과 아름다운 아프로디테의 권능이 우리의 가슴과 넓적다리에 매혹의 입김을 불어넣어 대단한 힘으로 남자를 녹이게 하시며, 그들의 정열의 곤봉을 일으키어 그 즐거운 고통을 남자들에게 부어 주시기만 한다면, 우리는 그리이스 전역에 평화와 좋은 풍조의 창조자로 알려질 거예요.
위원무슨 일을 해서?
뤼시스트라테저, 제일 먼저 우리는 무장을 한 채 사납게 시장을 쏘다니는 걸 불법화할 거예요.
늙은시장여인맞아요! 아프로디테에 맹세코 그건 무서운 일이니까요.
뤼시스트라테지금은 남자들이 도자기와 야채와 콩, 마늘 가게 한가운데를 중무장을 한 채 치고 다니며 전쟁하듯 설치고 다닌단 말예요.
위원그들은 용감해져야만 하니까.
뤼시스트라테하지만 고르곤의 두상을 단 방패를 가지고 정어리 값을 깎는 남자는 참 꼴불견이에요.
늙은시장여인언젠가 거대한 몸집의 기병 대장이 그를 겨우 지탱할 정도의 종마를 타고 와서 늙은 여자가 파는 콩국 한 사발을 그의 청동 헬멧에 받는 걸 보았어요. 그리고 또 어떤 트라키아 병사는 마치 에우리피데스의 연극에 나오는 야만인처럼 그의 방패와 창을 휘두르며 무화과 장수를 새파랗게 질리게 해 놓고는 제일 잘 익은 것을 게걸스럽게 처먹더군요.
위원그래 어떻게 국제적인 규모로 그리이스 전역의 혼란을 바로잡겠다는 말인가?
뤼시스트라테아주 쉽죠.
위원어떻게? 말해 보라구.
뤼시스트라테우리 실타래가 엉키었을 때 우리가 북을 이렇게 잡고 이쪽 저쪽으로 넣고 빼고 해서 푸는 걸 보셨죠? 그런 식으로 우린 전쟁을 풀 거예요. 당신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서로 대사를 교환하며 같이 엉킨 걸 풀어 나갈 거라구요.
위원이 바보들아, 실과 실타래로 옷감 짜는 것밖에 모르는 너희들이 여러 가지 중대한 일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뤼시스트라테당신들 정치가들이 조금이라도 똑똑했더라면 우리가 옷감 짜듯이 정치를 했을 거고, 그랬더라면 모든 면에서 아테나이에 유익했을 텐데요.
위원그건 또 왜? 어떻게? 말해봐.
뤼시스트라테제일 먼저, 금방 깎은 양털을 갖다가 더러운 걸 다 씻어 내죠. 그와 마찬가지로 제일 먼저 이 국가를 빨래판에 좍 펴 놓고 두들겨서 썩은 자들을 빼 내죠. 사기꾼들이 가시뽑듯 뽑아 내고 요직만 얻으려고 애쓰는 음모가와 계략가들의 단단한 마디를 찾아서 느슨하게 빗겨 내려요. 한 걸음 나아가 그들의 목을 잘라 버리죠. 그 다음에 한바구니 안에 좋은 성품의 사람들을 다 모아 넣는 거예요. 그들이 시민이건 외국인이건, 친구건 친척이건, 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건, 나라에 빚을 진 자까지도, 모두 뒤섞어도 위험할 건 없어요. 아테나이가 식민화한 국가들은 주변에 널려 있는 양털 조각 혹은 양털 뭉치로 생각하고 아무렇게나 내버려 두지 말고, 그들 모두에게서 실을 뽑아 내서 하나의 커다란 실 뭉치를 만들어 국민들을 위한 외투를 짜서 그들을 따뜻하게 해 주고 보호해 주어야 해요.
위원아니, 얼마나 무서운 생각인가? 저들은 나라를 빼고 가리는 양털로 여기는군! 전쟁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뤼시스트라테우리도 안다구요. 몹쓸 돌대가리 같으니! 우린 당신들이 전쟁에서 얻는 명예는 못 차지하지만 고통은 이중으로 당하고 있어요. 첫째, 우리는 전쟁에 보내는 아들을 낳거든요.
위원지나간 고생을 들고 나오지 마! 닥치라구!
뤼시스트라테그리고 이제 우리의 청춘과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인생을 즐겨야 할 나이에 모든 남자들은 군대에 가서 없으니 독수공방을 하고 있죠. 하지만 우린 그대로 괜찮아요. 우리 딸들이 성장했을 때 같이 잠자리에 들 남자가 없으니.
위원남자도 나이를 먹는다는 걸 잊으신 모양이군.
뤼시스트라테하지만 그건 비교할 게 못돼요! 남자들이 비록 백발이 되어서 돌아온다 해도 금방 젊은 여자와 결혼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자의 한철은 아주 짧아요. 때가 지나가기 전에 잡을 수 있는 걸 잡아야죠. 그 때가 지나면 아무도 그 여자를 거들떠 보지 않는다는 걸 당신 같은 둔한 양반도 아실 텐데요. 그 때는 그저 주저앉아 멍하니 미래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니까요.
위원하지만 아직 물건을 일으킬 수 있는 남자가―
뤼시스트라테잔소리 말고 어서 죽는 게 어때요? 원하시기만 하면 우리가 관도 팔 테니까요. 여기 당신 머리에 씌울 양파 염주도 있고, 지옥을 지키는 개 케르베로스를 먹일 커다란 둥근 꿀빵도 내가 만들어주겠어요11).
첫번째늙은시장여인이 파 다발을 받으세요!
두번째늙은시장여인이제 또 뭐가 남았지? 뭐가 더 필요하세요? 자, 들어 봐요! 황천의 사공 카론12)이 승객을 부르고 있어요 ― 배를 타시겠어요? 아니 다른 죽은 사람이 떠나려는데 기다리게 하실 거예요?
위원나를 이렇게 취급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지금 곧 위원들한테 가서 내 자신을 증거로 내밀 거야.

(그는 위엄 있는 태도로 퇴장한다. 네 명의 스퀴티아인 경관도 나간다)


뤼시스트라테우리가 밤샘을 안 해준다고 트집인가? 하지만 당신의 죽은 영혼은 지금부터 이틀 지난 새벽에 정식으로 구운 제물을 우리한테 받으실 거예요.

(뤼시스트라테는 다른 여자들과 함께 아크로폴리스로 들어간다. 위원 등도 떠나버렸다. 남자 코러스와 혼합된 여자 코러스만 남아 있다)


남자코러스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남자들은 아무도 졸아서는 안된다!
남자들이여! 이 사건에 대비하여 옷을 벗고 싸울 차비를 하자!

더 크고 더 심각한 일들이
생길 냄새가 나는구나.
독재가 군림할 낌새.
스파르타의 스파이가
클레이스테네스13)의 집에서 몰래 만나
이 못된 여자들을 선동하며 사기를 쳐서
우리의 보고(寶庫)를 습격하고
시에서 내게 주는 많은 연금을
압수하는 거나 아닌지 걱정이다.

불길한 사건이 벌써 일어났다! 여자인 주제에 국민을 훈계하며, 청동 방패 같은 것을 주절대고, 우리가 미워하는 놈들과 우리를 화해시키려고 애쓰다니, 하품할 때도 굶주린 늑대같이 보이는 놈들하구 말이야. 이것이 다 독재하기 위한 구실이다. ― 하지만 나한테 독재는 안될 걸. 잘 보라구. 도금양 가지 밑에 칼을 숨겨 가지고 아리스토게이톤14)처럼 집회소를 통해 슬쩍 들어가 폭군 살해자를 후원한단 말야.

(늙은이 둘이 짝이 되어 폭군 살해자 하르모디오스와 아리스토게이톤의 유명한 동상의 제스처를 흉내낸다)

이렇게 난 그의 옆에 설 거야. 이제 내 분노는 사납게 불붙어 이 못된 할망구의 턱을 쳐 버릴 거야.
여자코러스그러면 당신이 집에 돌아갔을 때 어머니조차도 당신을 못 알아보게 만들어 버릴 걸 ― 어쨌든 먼저 짐을 내려놓읍시다. 우리 다정하고 진실한 친구들이여.

자,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우리 국가를 이롭게 하는 것을 생각해 봅시다.
이 국가는 풍족과 아름다움 속에서 나를 길렀지.
일곱 살에 아테나의 문장에 수를 놓았고,
열 살에 성전에 바칠 과자와 꽃을 만들었지.
꽃다운 처녀로 자랐을 땐
무화과 화관을 목에 걸고
자랑스럽게 여신의 바구니15)를 받들었지16).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좋은 충고를 이 국가에 안해서야 되겠어요? 한데 당신들 가련한 늙은 괴짜들이여, 당신들의 방법은 여러 가지 면에서 틀렸어요. 사람들이 세습 재산이라고 부르는 페르시아 전쟁 때부터 내려오는 재산에 파멸을 초래했죠. 더욱 나쁜 건 거의 파산 상태에 빠져 전망이 새까맣단 말이에요. 뭐 할 말이 있으세요? 법을 잘 지켰다고 말만 해 보쇼. 묵직한 생가죽 구두로 그 턱주가리를 쳐 줄 테니까!
남자코러스이런 모욕이 있을 수 있나! ―
그게 바로 더 좋은 방법이라는 건가.
그 말을 믿을 수도 없지만,
하지만 이런 위협은 저지되어야 해.
불알 두쪽 가진 모든 남자들은 준비를 해라.
셔어츠를 벗어 버려.
남자는 사내 냄새가 나야 하느니,
팔려고 우거지 잎에 싸 놓은 오믈렛이 아니니!

홀딱 벗으라구. 맨발로 앞으롯! 우리가
레이프쉬드리온에서 폭군에게 항거했을 때처럼
목숨을 걸고 해 보자!
그 때 우리는 진정 존재했었느니라!
이제야말로 우리가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의 온몸에 날개를!
나이가 가져다 준 이 무기력을 털어 버리자!

만일 우리 가운데 누구라도 조금만 주저하면 저것들의 끈질긴 손아귀에 붙들리고 말 테니까. 저것들은 너무 대담해서 곧 군함을 만들어서는 엄청난 의욕을 가지고 아르테미시아 여왕17)이 그랬듯이 해군을 파송하려고 들걸. 그러나 만일 저것들이 말을 타고 공격한다면, 우리는 아예 포기하는 게 낫지. 여자들은 기막히게 말을 잘 타고 놀라운 궁둥이를 가져서 말이 달려도 절대 떨어지지 않거든. 주랑(柱廊)에 걸린 그림에 나오는 아마존을 보라구. 말을 타고 남자들 머리 위에 청동 도끼를 내리치는 그림 말야. 그러니 저 여자들 한떼를 모조리 붙잡아 체포하고 그들 목에 칼을 씌워―.
여자코러스나름 분통 터지게 하거나
귀찮게만 해 봐라.
암퇘지처럼 달려들어 머리를 잡아뜯어
온 동네가 떠나가게 아우성치게 만들 테니.

여자들이여, 우리도 준비합시다.
빨리 옷을 벗어요.
냄새를 풍깁시다.
머리 끝까지 화난 여자의 냄새를.

자, 나는 준비되었어.
누구든지 덤비라구.
다시는 검은 콩18)이나 마늘 맛을 못 보게 해 주지.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 여자는 없을 걸!

한마디 욕이라도 해 봐라.
풍뎅이가 새를 쫓아다니듯이
죽을 때까지 쫓아다닐 것이며,
내 복수는 결코 그치지 않을 걸.

람피토가 살아 있는 한, 또 테바이와 다른 국가에 고귀한 친구들이 살아 있는 한 난 걱정할 것 없어요. 당신들은 일고여덟 개의 법령을 통과시킨다 해도 우리를 이길 수는 없어요. 당신들, 불쌍한 짐승들아, 모든 사람과 그 이웃들이 너희를 미워하고 있어, 바로 어제 헤카테를 위해 제사를 지냈지. 그리고 이웃 아이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는데 테바이에서 나는 그 근사하고 좋은 뱀장어를 당신들의 법령 때문에 못 가져온다는 거야. 당신들은 누가 다리를 꼼짝 못하게 붙들고 목을 부러뜨리기 전에는 끊임없이 이 따위 법령들을 통과시키고 있을 테지.

(뤼시스트라테 나온다. 여자 코러스는 비극의 방식으로 그에게 말한다)
오, 우리의 기획과 우리의 모든 희망의 여왕이시여, 어찌하여 근심에 잠긴 얼굴로 나타나시나이까?
뤼시스트라테못된 여자들의 행실과 여성적인 마음이 나를 실망시키고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게 만드는군.
여자코러스그게 뭔데? 뭘 말하는 거야?
뤼시스트라테사실이야, 슬프게도 사실이야.
여자코러스그렇게도 불쾌한 게 뭐야? 친구들한테 얘기해요.
뤼시스트라테말하자니 부끄럽고 안하자니 마음이 무겁군.
여자코러스우리들의 불행을 숨기지 말아요.
뤼시스트라테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암내가 났다구.
여자코러스아, 제우스 신이여!
뤼시스트라테제우스는 왜 불러? 일이 이렇게 되었다구. 적어도 내 생각엔 더 이상 여자들을 남자한테서 떼어놓을 수가 없을 것 같애. 그들은 나를 저버리려고 한단 말야. 오늘, 한 여자가 땅을 파고 있는 걸 잡았지. 저 언덕 아래 있는 판의 조그만 집까지 굴을 파려고 하지 뭐야. 그리고 또 다른 여자는 밧줄과 활차를 가지고 담장을 넘으려고 하고, 어떤 여자는 수직으로 된 담을 그냥 내려가려 하잖아. 그리고 어제 어떤 여자는 참새19)위에 올라타고 읍내에 있는 시설 좋은 뚜장이 집으로 날아가려는 것을 잡았지. 그 여자가 막 날아가려는 찰나, 내가 머리채를 잡아 나꿨어. 모두들 집으로 갈 핑계를 꾸며 대려고 궁리중이야. 여기 또 도망자가 나타났군. 이봐, 어딜 그렇게 뛰어가는 거야?
첫번째여자난 집에 가야 돼요. 집에 밀레토스의 좋은 양모를 두고 왔는데 좀이 다 쏠았을 것 같아서요.
뤼시스트라테빌어먹을 좀 새끼 같으니! 안에 들어가 있어.
첫번째여자하지만 금방 돌아올께요. 내 침대에 펼쳐 놓고만 오면 되는데요.
뤼시스트라테펼치기는 뭘 펼쳐. 절대 나가지 못해.
첫번째여자하지만 내 양털을 모두 망치게 놔 둬야 되나요?
뤼시스트라테할 수 없지.
두번째여자아이, 나 좀 봐. 삼을 손질하지 않고 그냥 뒀지 뭐예요!
뤼시스트라테또 하나 생겼군. 삼을 손질하러 집에 가야겠다구? 이리 돌아와!
두번째여자하지만 맹세코 난 그저 잠깐만 껍질을 벗기기만 하면 돼요. 그리고는 다시 곧 돌아올께요.
뤼시스트라테벗기고 자시고 하지 마! 너 하나가 이런 일을 시작하면 모두 계속해서 똑같은 일을 하려고 할 거야.
세번째여자오, 아르테니스님, 제가 신성하지 않은 곳에 완전히 도착할 때까지 이 출산을 막아 주소서!
뤼시스트라테이제 무슨 고함 소린가?
세번째여자애가 나오려고 그래요.
뤼시스트라테하지만 어제는 배가 안 불렀었는데.
세번째여자오늘은 불러요. 날 곧 집으로 보내 줘요. 뤼시스트라테, 가서 산파를 찾아야죠.
뤼시스트라테별 희한한 얘기도 다 있군. 아니 여기 이 딱딱한 게 뭐야?
세번째여자사내애가 돼서요.
뤼시스트라테아프로디테에게 맹세코, 그건 아니야. 틀림없이 동으로 된 동글동글한 걸 가지고 있어. 뭔지 알아내야지. 이 바보 같으니! 아테나 여신의 철모를 가지고 임신했다고 우겨 댔군!
세번째여자정말 임신예요!
뤼시스트라테그렇다면 철모는 뭐에 쓸 거야?
세번째여자내가 여기 있는 동안에 진통이 오면, 철모 안에다 애를 낳으려구요. 비둘기들이 그렇게 하는 걸 봤거든요.
뤼시스트라테무슨 핑계가 그래? 빤한 걸 가지구. 여기서 기다려. 난 이 씩씩한 얘기가 철모를 벗는 걸 보이고 싶다.

(커다란 철모를 여자 코러스 사이로 죽 돌린다)


두번째여자신성한 뱀을 본 후로는 한참도 잘 수 없어요.
네번째여자올빼미들 때문에 미치겠어. 계속해서 울어대니 어떻게 잘 수가 있담?
뤼시스트라테다들 미쳤어! 주문 외는 것은 이제 고만두시지. 틀림없이 남편들이 보고 싶겠지. 남편들은 당신들이 보고 싶지 않은 줄 알아? 확실히 그들은 우리만큼 괴로운 밤을 보내고 있을 거야. 하지만 용감한 친구들이여, 참아 달라. 이 호된 어려움을 조금만 더 참아요. 우리가 단결만 하면 이긴다는 신탁이 있어요. 여기 신탁이 있어요.
여자코러스아, 뭐라고 그러는지 읽어 줘요.
뤼시스트라테그럼 조용히 하고 들어요.

매와 수탉이 열나게 쫓는 걸 피해.
날개치는 참새들이 한 높은 곳에 모여 있으면
그들의 불행은 끝이 나고 위에 있던 것이 밑으로 가느니라.
천둥을 울리는 제우스가 결정한다.
여인우리가 위로 가야 된다구요?
뤼시스트라테그러나 만일 참새들이 서로 사우며,
신성하고 높은 신전에서 뛰쳐 나오거나 날아 나온다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니라.
저런 바람둥이 새들은 처음 보았다고.
한 여자신탁은 확실해! 제우스 신에 맹세코.
뤼시스트라테모든 신에 맹세코! 그러니 우리가 견뎌 내야 하는 이 어려움을 이기고 나갑시다. 자, 친구들, 안으로 들어가자구. 신탁을 배반하는 건 수치스런 일이야.

(아크로폴리스로 퇴장)


남자코러스내가 어렸을 때 들은 얘기 하나 하지.
옛날에 멜라니온이란 젊은 녀석 있었는데.
장가가기 싫어서 도망을 쳤네.
산 속에 숨어 살며 사냥했다네.
손수 짠 그물과 사냥개 거느리고
봄 가을 토끼를 모두 잡았지.
집으론 절대 가지 않았지.
그가 아는 모든 여자 못되어 먹어
그는 여자를 증오했다네.
물론 우리도 동감이구말구.

우리 늙은 애인들, 입 좀 맞춰 볼까.
여자코러스양파 없이도 눈물이 쑥 빠지게 해줄걸!
남자코러스그리고 발로 콱 차 줄게.
여자코러스저런, 털도 많기도 해라.
남자코러스위대한 뮈로니데스20)도 털보였고 시커매서
적이 무서워서 달아났다네.
사람들한테 물어 보라지.
전쟁에서 이긴 자는 모두 털보였다고.
포르미오21)도 그랬지 않나.
여자코러스멜라니온 얘기에 짝을 짓도록
나도 얘기 하나 해 드리죠.
황야를 떠돌던 티몬이란 사나이
가시덤불 수염 속에 얼굴 감추고,
굳게 다문 입 모습
분노의 여신의 아들.
증오하고 멸시하는 남자들 보기 싫어
저주의 말 퍼붓고 세상 버렸지만
여자는 무척도 좋아했다지.

턱을 좀 고쳐 드릴까요?
남자코러스괜찮아. 겁도 안난다.
여자코러스그래도 다리로 한 방 차 주고 싶은데.
남자코러스너희들 거기가 보이겠다.
여자코러스내 비록 나이 먹어 늙기는 했지만
깍지 않은 털은 하나도 없어.
램프를 켜고 말끔히 뽑아낸 걸 알라고
이 망나니들아!

(뤼시스트라테 담 위에 나타난다)


뤼시스트라테이봐요, 빨리 이리 와. 내 쪽으로 오라구!
여자들왜 그래요? 저 고함 소리는 뭐죠?
뤼시스트라테한남자가 사랑의 여신에게 흘리고 뒤흔들리고, 붙잡히고 자극을 받아 이리로 다가오고 있어. 오 그대 퀴프로스, 파포스, 퀴테라22)의 여왕이시여! 당신이 시작한 이 일을 계속 도우소서!
여자누군지는 몰라도 어디 있지?
뤼시스트라테데메테르 성전 가까이에.
여자그렇군. 그가 누굴까?
뤼시스트라테자, 그를 봐요. 누구든지 그를 아는 사람 없어요?
뮈리네내가 알아. 그는 내 남편 키네시아스야.
뤼시스트라테그럼, 네가 그를 책임져야 해. 그를 천천히 돌려 굴려서, 꼬셔서 살살 녹이고는 거절하라구. 모든 걸 다 바치되 술잔으로 맹세한 것만 빼라구.
뮈리네그렇게 할 테니 염려 말아요.
뤼시스트라테나도 네가 남편을 애태우는 걸 도와 주겠어. 여기 남아서 그를 놀리는 걸 도울 테니, 다들 들어가요!

(키네시아스 들어온다)


키네시아스아, 불행한 내 신세. 굉장한 경련에 사로잡히고 바퀴에서 고문을 당하는 것같이 단단히 땡기는구나!
뤼시스트라테거기 누구요? 누가 보초선을 넘어 여기까지 왔어?
키네시아스나요.
뤼시스트라테남자야?
키네시아스물론 남자지.
뤼시스트라테그럼 나가요.
키네시아스당신이 누군데 나보고 나가래?
뤼시스트라테당직 보초야.
키네시아스그럼 제발 뮈리네를 좀 불러 줘요.
뤼시스트라테뭐라구? 뮈리네를 불러 달라구? 당신은 누구요?
키네시아스그의 남편이요. 난 키네시아스 타이오니데스요.
뤼시스트라테아, 그래요. 반가와요. 당신 이름은 여기서 꽤 알려졌고 또 인기도 있어요. 뮈리네 입에 늘 오르내리니까요. 계란 한 개, 과일 한 개를 먹을 때도 꼭 이런 말을 하곤 했죠. "우린 남편이 참 좋아하는 건데"하고.
키네시아스정말 좋은 아내야!
뤼시스트라테정말 그래요. 그리고 남편 얘기들이 우연히 나오면, 당신 부인이 말을 가로채 가지고는, 당신한테 비하면 다른 남자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예요.
키네시아스가서 좀 불러다 줘요.
뤼시스트라테내가 불러다 주면 국물이 있을까요?
키네시아스물론 있죠. 당신이 바란다면. 내가 가진 것을 줄 수밖에 없는데, 가진 것이라곤 이것밖에 없어요.
뤼시스트라테기다려요. 내가 가서 불러올 테니.
키네시아스빨리 빨리! 아내가 집을 떠난 뒤로는 사는 재미가 없어졌어. 집에 들어갈 때마다 마음이 우울하고 모든 것이 쓸쓸하게 보인단 말야. 음식을 먹어도 전혀 맛을 모르겠어. 난 너무 뻗혀 있으니까 말야.
뮈리네(무대 뒤에서) 난 그이를 사랑해. 얼마나 사랑하는지. 한데 그는 내 사랑을 원치 않거든! (벽 위에서) 그러니 날 불러간들 무슨 소용이 있어요?
키네시아스내 사랑 뮈리네. 왜 그런 말을 하지? 이리 내려와요.
뮈리네그리 오라구? 절대 안 갈 테야.
키네시아스여보, 내가 부르고 있는데 안 오겠다는 거야?
뮈리네날 원치도 않으면서 부르니까 안 가죠.
키네시아스아, 안돼! 가지 말아요! 아이 말이라도 좀 들어 줘. 아가야, 엄마를 불러 봐라.
아기엄마, 엄마, 엄마!
키네시아스당신 왜 그래? 엿새 동안이나 씻기지도 먹이지도 않은 애가 불쌍하지도 않아?
뮈리네불쌍하죠. 애비가 아이를 거두지도 않았군요.
키네시아스내려와, 변덕장이야. 아이를 생각해서.
뮈리네아, 에미란 게 뭔지! 내려갈께요. 다른 도리가 없죠.

(뮈리네, 없어졌다가 아래로 다시 나타난다)


키네시아스더 젊어지고 눈길이 더 부드러워진 것 같애. 나한테 화를 내고 경멸하는 품이 더욱 욕정을 불러일으켜 나를 괴롭히는구나.
뮈리네자, 우리 귀여운 아가야, 뽀뽀 좀 해 보자. 아빤 참 지독하구나. 엄만 너를 사랑해.
키네시아스당신 왜 그렇게 미련해? 나한테 이런 고통을 주면서, 그 여자들 말을 왜 들어? ― 당신 자신도 괴로워하고 있잖아.
뮈리네나한테 손대지 말아요!
키네시아스우리 집안 살림이 말이 아니라구. 당신 것이나 내 것이나.
뮈리네난 상관 안해요!
키네시아스당신이 짜던 베를 닭이 다 쪼아서 산산히 흐트려 놓았는데도 상관 안해?
뮈리네(용감하게) 절대 안해요.
키네시아스아프로디테의 의식을 게을리한 지도 너무 오래 되었다구. 다시 돌아오지 않겠어?
뮈리네안 돌아가요. 남자들이 휴전 협정을 해서 전쟁을 끝내지 않는 한은.
키네시아스좋아, 만일 그렇게 결정되었다면, 남자들이 응할 수밖에.
뮈리안돼! 안된다니까! 그렇지만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
키네시아스날 사랑해? 그럼 왜 내 말을 안들어 줘?
뮈리네망칙도 해라! 애 앞에서 어떻게 해요!
키네시아스물론, 그건 안되지. 마네스야, 애를 데리고 가거라. 자, 이제 애가 방해될 건 없어. 눕지 않겠어?
뮈리이 건달 양반아, 어디서 그런 짓을 하겠다는 거예요?
키네시아스어디냐구? 판의 오두막이 안성맞춤이지.
뮈리네하지만 아크로폴리스로 되돌아올 때 어떻게 몸을 깨끗이 씻죠?
키네시아스그 집 아래 샘물이 있어. 거기서 아주 근사하게 목욕을 할 수 있어.

(무대 장치로 오두막의 삽입 장면이 나타난다)


뮈리네그리고 나는 맹세한 몸이에요. 내가 맹세를 깨뜨리면 어떻게 되죠?
키네시아스내가 모든 벌을 받지. 맹세에 대한 걱정은 말아요.
뮈리네기다리세요. 가서 간이 침대를 가져올께요.
키네시아스아냐, 땅바닥이면 어때.
뮈리네안돼요, 절대로. 당신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 해도 땅바닥에 눕게 할 수는 없어요.

(나간다)


키네시아스마누라는 날 사랑하고 있어. 틀림없는 사실이지.
뮈리네여기 있어요. 어서 누워요. 나도 옷을 벗을 테니까. 아이, 귀찮아. 가서 깔 걸 가져와야지.
키네시아스왜 또? 난 필요없어.
뮈리네필요해요. 절대로. 맨바닥에 누워요? 흉하게끔!
키네시아스키스합시다.
뮈리네아, 좋아요.
키네시아스아이구, 빨리 해! 이리 오라니까.

(뮈리네 나간다. 한참만에 나타난다)


뮈리네여기 깔 걸 가지고 왔어요. 내가 옷 벗을 동안 누워 계세요. 아이구, 성가셔라! 베개가 없군요.
키네시아스난 필요없어. 하나도 필요없다니까!
뮈리네난 필요하단 말예요!

(나간다)


키네시아맙소사, 대접이 지독한 걸!
뮈리네일어나요. 일어나. 자, 이제 다 준비됐어요.
키네시아스정말, 다 됐군. 자 이제 이리 와요.
뮈리네지금 띠를 끄르고 있어요. 이제 휴전 협정을 잊으면 안돼요. 날 실망시키진 않으시겠죠?
키네시아스꼭 지킬 거야. 생명을 걸고.
뮈리네담요가 없군요.
키네시아스난 필요없대두. 그저 박고 싶을 뿐이야.
뮈리네염려 말아요. 곧 돌아올 테니.

(나간다)


키네시아스그놈의 담요가 날 죽이는군.
뮈리네자, 몸을 똑바로 세워요.
키네시아스하지만 지금 이놈이 서 있다구!
뮈리네향수가 좀 있어야 되지 않겠수?
키네시아스젠장할, 필요없어!
뮈리네꼭 있어야 돼요. 당신이 좋든 싫든 간에

(나간다)


키네시아스제우스여! 향수를 엎질러 버리세요! 제 소원입니다.
뮈리네손을 내밀어요. 손바닥에 받아 문지르라구요.
키네시아스이 향수는 냄새가 좋지 않군. 신방 냄새가 나는 게 아니라 외양간 냄새가 나는 것 같애.
뮈리네로도스의 향수를 가져왔군요! 내 정신 좀 보라니까!
키네시아스괜찮아. 그대로 둬 둬요.
뮈리네농담도 잘하셔.

(나간다)


키네시아스향수를 발명한 놈, 죽여 버릴 테다!
뮈리네긴 병에 든 이걸 발라 봐요.
키네시아스그 비슷한 걸 나도 여기 가지고 있어. 귀찮게 굴지 말고 누워요. 제발 아무것도 더 가져오지 말구.
뮈리네(나가며) 정말 그렇게 할께요. 신 좀 벗고. 그런데 여보, 당신 평화 쪽에 표 던지는 거 잊지 마요.
키네시아스생각해 보지

저 마누라는 날 망쳐 버렸어. 날 죽였어.
날 꼴려 놓고 살짝 도망쳐 버렸어.
어떻게 하면 좋지? 아, 누구하고 재미를 본다?
뮈리네한테 속았으니.
모든 아름다움의 우두머리, 신성한 여자한테 말야.
내 이 귀여운 놈을 어떻게 달랜다?
포주를 찾아 줘. 이놈을 위로해 줘야만 되겠어.
남자코러스(프로메테우스나 속박된 안드로메데에게 말하는 것처럼 비극조로)
그대는 속아서 얼마나 비참한 고통 속에서,
얼마나 울적하게 신음하는지 알겠노라.
그대를 진심으로 동정하고 또 동정하노라.
어떤 사람이 이런 고통을 견딜 것이며
어떤 정신, 어떤 불알, 어떤 등허리,
어떤 허리, 어떤 엉치가 견딜 수 있겠는가.
이렇게 빳빳하게 되었는데
풀 수가 없으니.
키네시아스오, 제우스여! 아프고 땡기는구나!
남자코러스바로 그 여자가 한 짓이야. 고약하고 밉살스런 암캐가 말이야!
키네시아아니, 그 여자는 사랑스럽고 귀여워요.
남자코러스어째서 그렇다는 거야?
그녀는 고약해, 정말 고약하다구.
제우스여, 그 여자를 밀알처럼 취급해 주십쇼.
날씨의 신이여, 내 기도를 들어주소서.
센 회오리바람을 일으키어,
그 여자를 둘둘 말아서
하늘로 자꾸자꾸 끌어올려
갑자기 떨어뜨려 저기 저 불쑥 나온 물건에
주저앉게 하소서!

(무대 장치가 돌아가고 삽입 장면이 사라진다. 반대쪽에서 스파르타 사절과 아테나이 사절이 들어온다)


스파르타인아테나이의 원로원은 어딥니까? 의장을 뵙고 싶은데요. 그에게 전할 말이 있습니다.
아테나이인누구신가요? 색(色)의 신인가요? 아니면 사람인가요?
스파르타인젊은 친구, 나는 스파르타에서 온 사자요. 협의할 게 있어 왔소.
아테나이인그런데 당신은 당신 팔 밑에 창을 숨기고 왔습니까?
스파르타인아닙니다. 제우스에 맹세코 그런 게 아니에요!
아테나이인왜 그렇게 돌아서시오? 왜 그렇게 외투 앞이 뻗치는냐구? 긴 여행 때문에 부어 올랐나요?
스파르타인이 사람 돌았구려!
아테나이인호오, 발딱했군! 에이 여보쇼.
스파르타인절대 난 그런 일 없어요. 농담은 마시오!
아테나이인그럼, 그건 뭐요?
스파르타인스파르타의 족자 대요.
아테나이인그게 그건 거라면 이것도 스파르타 족자 대요. 이봐요, 난 다 알고 있어요. 솔직히 말해 보시오. 스파르타 형편은 어떻소? 말해 달라구요.
스파르타인온 스파르타가 모두 뻗쳐 있죠. 우리 동맹국들도 독같이 모두 뻗쳐 있어요. 우린 우유를 짜낼 그릇이 필요해요.
아테나이인이 미친 재앙이 어디서 떨어져 왔지? 판 신의 장난23)일까?
스파르타인아니요. 람피토가 이 모든 걸 시작한 것 같애. 그리고 스파르타의 다른 여자들이 모두 합세했단 말이야. 경주할 때 신호 떨어졌을 때처럼. 일제히 남편들을 떨어버리고 남편들을 성 생활에서 몰아 냈다구요.
아테나이인그래, 어떻게들 지내요?
스파르타인우린 괴롭죠. 읍내에 다닐 때도 바람 속에 등잔불을 들고 다니듯이 구부정하게 걸어다녀요. 우리가 한뜻으로 모든 그리이스 도시 국가 사이에 평화를 이루지 않는 한 그들의 젖조차도 못 만지게 할 거란 말예요.
아테나이인이건 여자들이 꾸민 국제적 음모라구요. 이제 알겠어. 곧 스파르타로 돌아가시오. 평화 조약을 맺을 권릴 부여한 대사를 보내라고 해요. 우리 의회도 우리 쪽의 대사를 선출할 거요. 내 물건을 보이면서 그렇게 설득하겠소.
스파르타인난 달려가겠어요. 뛰어가죠. 당신이 말하는 건 모두 훌륭하오!
남자코러스어떤 사나운 짐승도 여자보다는 싸움 상대하기 쉬울 거야. 불도 그렇고 표범도 그렇게 난폭한 식욕은 갖지 않았어!
여자코러스잘 아셨군요. 그런데도 당신들은 계속 나한테 싸움을 걸고 있어요. 비뚤어진 인간들 같으니! 나를 믿음직한 동지로 생각해야 될텐데 말이에요.
남자코러스이봐, 난 죽을 때가지 여자들을 미워할 거야.
여자코러스언제까지든지 그러시라구요. 그런데 당신들 그렇게 벌거벗고 웃기게 서 있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군요. 자, 이렇게 가까이 가서 옷을 입혀 드리죠.
남자코러스매우 친절하시고 예의바르게 대해 주시는군. 좀전에 너무 화가 나서 옷을 벗었지만.
여자코러스이제 우습게 보이지 않고 다시 사람 같아 보여요. 내 감정을 건드리지만 않았더라면 떠들어 대지도 않았을 거고, 당신 눈에 들어간 조그만 벌레도 꺼내 주었을 텐데요.
남자코러스그래서 그렇게 아팠었군! 자, 이 반지를 줄 테니 내 눈꺼풀을 좀 까 봐요. 벌레를 때 달라구. 꺼내서 나 좀 보여 줘. 고놈이 한동안 눈에 들어가서 날 괴롭혔구나.
여자코러스좋아요. 배 줄께요. 당신은 원래 성급한 성미를 타고난 사람이지만요. 아이고, 이 큰 모시 좀 봐. 볼 수 있으면 보라구요. 보여요? 이건 커다란 초원의 원주민이에요. 안 그래요?
남자코러스정말 고마워. 그놈이 내 눈에다 우물을 파고 있었나 봐. 그놈을 빼내니까 눈물이 샘처럼 쏟아져 나오는군.
여자코러스말려 드리죠. 당신은 틀림없이 이 세상에서 제일 고약하지만 난 키스까지도 해 줄래요.
남자코러스키스하지 말아요!
여자코러스당신이야 원하든 말든 내 맘대로야!
남자코러스빌어먹을! 너희들은 모두 뱃속에서부터 타고난 야살이 바람둥이야. 옛날 속담이 딱 들어 맞어. 과히 품위도 떨어지지 않는 말이지. '암케들하고는 살 수 없다. 그러나 그들 없이는 더더구나 살 수 없다.' 그러니 차라리 너희들하고 화해하겠어. 그리고 이제부터 너희들한테 고약하게 굴지도 않을 테니까 대접도 잘못 받지도 않겠지. 자, 이제 줄을 잘 맞춰 같이 노래나 한 곡조 부릅시다.

기분을 바꾸어 우리는
읍내의 어떤 사람한테도 욕을 하거나
흉을 보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예요.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과 좋은 말만 하려고 합니다.
불행은 이제 충분하니까요.
돈이 필요한 모든 남녀는
3미나가 필요한지, 아니면 2미나가 필요한지
말만 하세요.
바로 여기 가지고 있으니까요.
(우린 지갑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만일 평화만 온다면
오늘 꾸어간 돈은 안 갚으셔도 됩니다.

우린 만찬에 손님을 초대할 겁니다.
우리 읍내를 향상시키기 위해
상류층에서 동맹국을 초대할 거예요.
맛있는 콩 수우프도 있을 것이며, 내 젖먹이 돼지도 잡았다구요.
아주 훌륭한 음식을 마련할 거예요.
당신들은 기찬 진수성찬을 맛볼 겁니다.
그럼, 오늘밤 일찌감치 오세요.
목욕과 치장이 끝나는 대로
바로 오시라구요.
또 아이들도 데려오세요.
누가 나타나도 물어 보실 것 없이
대담하게 들어오세요.
곧장 들어오면 편안한 자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한데 모든 문이 꼭꼭 닫혀 있을 겁니다)

저기 스파르타 대사들이 오는군. 내가 여지껏 본 적이 없는 긴 수염을 끌고, 그리고 넓적다리에는 돼지우리 같은 걸 입고 말이야.

스파르타에서 오신 여러분, 먼저 당신들을 환영해 마지 않습니다. 어떻게들 지내시며 여기는 왜 오셨는지 말씀해 주십쇼.
스파르타인여러 말 할 필요도 없어요. 우리가 어떤 곤경에 빠져 있는지 보시면 아실 테니까요.
남자코러스너무 해요! 당신들의 상정은 너무 어렵게 되었고 흥분의 정점에 도달한 것 같군요.
스파르타인말할 수 없어요! 말은 해서 뭘 합니까? 그저 어떤 조건이든 간에 휴전합시다!
남자코러스여기 아테나이 땅에 사는 토박이들도 옷을 만지는 것도 싫어하는 일류 운동가들처럼, 그들의 외투를 배에서 멀리 떼고 다니는 사람을 볼 수 있지. 지나친 연습 때문에 이런 괴상한 병이 생긴 것 같애.
아테나이인뤼시스트라테가 어디 있는지 모르시오? 우린 남자들이야. 그리고 우린 이런 입장에 있단 말야.
남자코러스이쪽 증세와 저쪽 증세가 매우 흡사하군. 새벽엔 경련이 나타납니까?
아테나이인물론이죠. 우린 그러다가 지쳐 버려요. 그러니 누구든지 빨리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별도리가 없겠어요. 클레이스테네스하고 그 짓을 할 수밖에는요24).
남자코러스조심해. 외투를 입으라구. 안 그러면 헤르메스 동상에 남근을 떼어버린 젊은 건달들한테 들킬지도 모르니까25).
아테나이인정말 그렇군!
스파르타인(엿듣고) 정말 그래. 진짜 좋은 생각이야. 빨리. 우리 외투를 걸치자.

(양쪽 그룹이 다 빨리 가린다. 그리고 서로 완전히 외교적인 예의를 차린다)


아테나이인스파르타에서 오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기 그룹에게) 우린 망신을 하고 있었어!
스파르타인(자기 그룹 중의 한 사람에게) 여보게, 이 아테나이 사람들이 우리의 최악의 상태를 보았다면 큰일인데.
아테나이인자, 스파르타 여러분, 요점들을 하나하나 명기해 봅시다. 여기에 왜 오셨죠?
스파르타인평화를 협정하러 왔죠. 우린 대사들입니다.
아테나이인반가운 말씀이요. 우리도 그렇소. 그러하니 뤼시스트라테를 불러들입시다. 그 여자만이 우릴 협정에 합의시킬 수 있을 테니까.
스파르타인그 여자를 불러요! 없으면 뤼시스트라테스26)라도 부르라구.
남자코러스하지만 이제 부를 필요가 없는 것 같군. 나타났으니까.
아테나이인옷을 벗고 곧장 씨나 뿌렸으면 좋겠다.
스파르타인나는 그보다 먼저 거름을 주었으면 좋겠어.
뤼시스트라테당신들이 화해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만일 그럴 의향이 있으면 먼저 잘 생각하고 가서 동맹자들에게 말을 하고 의논하세요.
아테나이인동맹자들 다 뒈져라! 우린 빳빳해. 우리 모두 동맹자들은 다 여자와 자기로 결의하지 않는 사람이 없어요.
스파르타인우리도 그래요.
아테나이인우리 외인 부대까지도 우리에게 동의할 거요.
뤼시스트라테좋아요. 자, 이제 아크로폴리스로 들어오려면 몸을 씻고 깨끗이 해야 돼요. 거기서 여자들이 우리 음식으로 여러분을 대접하겠어요. 거기서 당신들은 평화를 위한 서약과 맹세를 교환하세요. 그 다음에 모두 자기 아내를 데리고 집으로 떠나세요.
아테나이인빨리 들어갑시다.
스파르타인아무 데로든지 안내하시오, 부인.
아테나이인네, 빨리요.

(아크로폴리스로 퇴장)


남녀코러스모든 아름다운 수(繡),
목도리, 금 장식품,
끌리는 드레스, 내가 가지고 있는 옷들,
무엇이든 아낌없이 주겠어요.
아테나이 언덕 위로 행렬을 짓기 위해
차려 입어야 하는 아들과 큰 딸을 가진 아버지들은
무엇이나 다 가져가요.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서
마음대로 다 가지고 가요.
열기 어렵게 봉한 것도
잠근 것도 없으니
모든 주머니와 상자를 샅샅이 뒤지세요.
하지만 이봐― 당신 눈이 나보다
훨씬 더 좋지 못하면
거기서 아무것도 못 찾을 거야.
당신들 중에 누구든지
먹여 살려야 하는 종과 어린 자식들을 위한
음식이 없는 자는 없는가?
당신이 먹을 질 좋고 잘 닦인 보리와
종들이 한 사발씩 먹을 수 있는
근사한 거친 곡식도 많아요.
그러니 가난한 자는 누구든지
주머니나 자루를 들고 날 찾아오시오.
우리 집 종이 덤까지 듬뿍,
싸맬 수 없을 정도로
채워 줄 겁니다.
한 가지 덧붙일 말은
우리집 대문 앞에 개가 지키니
조심하시라구.
밤이나 낮이나 가까이 가면
물어뜯는 개라오.

(안에서 술취한 아테나이 인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첫번째아테나이인문 열어! (문지기를 옆으로 밀친다) 좀 비켜 줄 수 없어?

(두 번째 술취한 아테나이 인이 따라온다. 첫 번째가 코러스를 본다)

당신들은 뭐하러 거기 앉아 있어? 내가 이 횃불을 가지고 산 채 구워 드릴까? (자기 역을 내동댕이치고) 얼마나 통속적인가! 아, 얼마나 진부한가! 정말 못하겠어!

(두 번째 아테나이 인이 그를 멈추게 하고 귓엣말로 그에게 충고한다. 그는 돌아서서 관중들에게 말한다)

자, 그대들을 즐겁게 해 주는 일을 꼭 해야만 한다면 맞붙어서 해내야죠.
남자코러스우리도 당신을 도와 맞붙어 해 내리다.
첫번째아테나이인(다시 자기 역으로 돌아오며 거칠게) 다들 비켜! 안 비키면 머리를 뽑아 버릴 테다! (여자 코러스, 무서운 척하며 서둘러 나간다) 다들 비키란 말야! 그래야 스파르타 사람들이 식사 후에 나와서 떠날 때 아무 불편이 없지.

(남자 코러스도 무서워하는 척하며 서둘러 나간다)


두번째아테나이인난 이 같은 술잔치는 처음 봤어. 스파르타 사람까지도 아주 멋지거든. 물론 한잔 들어가면 우리가 제일 똑똑해지지만 말야.
첫번째아테나이인맞아. 정신이 말똥말똥할 때는 우린 제 정신이 아니니까. 아테나이 사람들을 설득시켜 사절단은 언제나 취하도록 하면 좋겠어. 우리가 맨정신으로 스파르타에 가면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고 말썽을 일으킬 생각부터 하고는 그들의 말은 한 마디도 안 들으니까 말이야. 반대로 그들이 하지도 않은 말을 들었다고 생각하고는 엉뚱한 보고를 한단 말야. 그런데 오늘은 모든 게 유쾌했어. 어떤 사람이 다른 노래 가사를 갖다 불러 대도 모두 박수, 박수 갈채요, 아주 잘 불렀다고 거짓말을 했거든. 한데 아까 그 사람들이 또 여기에 나타났어! 이 떼거지들아! 어서 꺼져!

(그들의 가면을 벗어버린 코러스가 다른 옷을 입고 무대로 다시 뛰어나와 눌러 붙는다)


두번째아테나이인정말, 빌어먹을 놈들! 잔치꾼들이 막 나오는데!

(잔치 손님들이 쏟아져 나온다)


스파르타인(다른 친구에게) 사랑스런 친구여, 피리를 불어 주지 않겠소? 내가 춤을 추며 사랑스런 우리 노래와 아테나이 노래를 한꺼번에 부를 테니까!
첫번째아테나이인(최고로 상냥하게) 그래요. 당신의 조그만 피리를 불어요. 난 당신들의 춤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스파르타인기억의 여신이여, 오라,
그대의 젊은 신도들에게
노래하는 영감을 주시고
춤추는 영감도 주소서!

(다른 스파르타 인들 합세한다)

그대의 딸 무사를 데려와 주소서.
무사는 우리와 아테나이 인들을
잘 알고 계시니까요.
옛날 아르테미시옴에서
신과 같은 용맹으로
페르시아의 함대에 저항해서
그들을 무찌른 걸 잘 아시니까요.
스파르타 전쟁을 너무나 잘 아시거든요.
레오니다스27)가 치명적인
위기에 섰을 때
송곳니를 날카롭게 갈며
산돼지처럼 우리를 몰았던 것도,
그리고 얼마나 우리도 비지땀을 흘려
우리의 두 다리까지 목욕시켜 주었는가도요.
페르시아인들은 바닷가의
모래알보다도 더 많았으니까요.
여신이여, 여자 사냥꾼이여, 아르테미스여,
모든 짐승의 살해자여, 내려오소서.
처녀 신이여, 이 휴전 잔치에 오셔서
우리의 평화가 깨지지 않도록
우리를 굳게 묶어 주소서.
이제 우정과 사랑과 번영이
드디어 이루어졌도다.
극악무도한 전쟁의
권모술수를 멈추게 하소서!
오소서, 사냥의 여신이여!
우리에게 가까이 오라. 처녀 신이여!
뤼시스트라테자, 이제 모든 일이 잘 처리되었으니 스파르타 인들은 부인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세요. 아테나이 인들도 그렇게 하구요. 남편들은 부인 옆에 서고 부인들은 남편 옆에 서서 우리의 행운을 위해 제신께 감사하는 춤을 춥시다. 이제부터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아테나이인코러스를 데려와요. 세 은총의 여신도 데려오고 아르테미스도 부탁해요. 그녀의 쌍둥이 남동생, 예술과 의술의 신 아폴론도 불러요!
코러스(합세한다)

모든 사람의 진정한 호의를 바랍니다.
디오니소스여, 오소서.
그의 여사제들과 황홀한 춤을 추는
그의 아름다운 두 눈은
불꽃을 발하고 있도다.
제우스 신도 불러요.
불 속에 찬란히 빛나는 분.
고귀한 덕과 또한 분노를 겸해 가진 그의 부인도 불러요.
영원 불멸의 기억을 가진 신들을 불러내요.
그들 모두를 불러내어
아프로디테가 이룩한
정답고도 황홀한 평화를 보게 합시다!
만세!
높이 높이 뛰어오르자!
외치라, 승리를 외치라!
만세!
승리를 위해 만세를 외치라!
뤼시스트라테스파르타 인들이여, 새로운 노래를 불러 줘요.
스파르타인스파르타의 무사여,
그대의 은혜로운 산정을 떠나
우리와 함께 아뮈클라이의 주인28)
청동 신전에 있는 아테나 여신을 축하합시다.
튄다레오스의 쌍둥이 아들29),
차가운 에우로타스의 강변에서 뛰노는
그 신들을 찬양합시다.
자, 춤을 추자.
사뿐사뿐 춤을 추자.
스파르타를 찬양하는 춤을 추자.
사랑의 노래는 계속되는 춤의 발소리에 따라
더욱 빨라지는구나.
처녀들은 에우로타스 강가에서
망아지처럼 달리며
그들의 물결치는 머리는
바람에 휘날리는구나.
마이나스가 덩굴 지팡이를 휘두르며
술에 취해 흥청거릴 때처럼30)
순결하고 아름다운 레다의 딸31)이여,
저 신성한 춤을 인도하소서.
전체코러스(모두 춤을 추며 퇴장한다)
자, 두 손으로 머리를 묶고 두 발로는 사슴처럼 뛰어라.
코러스는 격려의 박수를 치며,
우리가 사랑하는 청동 신전과
전쟁으로 정복되지 않는 여신 아테나를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1)몸의 잡털을 뽑는 것은 그리이스 여성의 화장법의 하나였다.
2)타위게토스는 스파르타 근처의 산
3)페리클레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 시초에 비상금으로 아테나이 신전에 저장해 둔 자금 1천 탈란트를 가리킨다. 이 극이 상연되기 2년 전인 기원전 413년에 시켈리아 원정이 실패로 돌아가고 아테나이의 대함대가 전멸했기 때문에 그때까지 아테나이와 동맹을 맺었던 도시들도 하나씩 둘씩 스파르타의 진영으로 옮겨 배반했다. 따라서 아테나이는 곤경에 빠져 서둘러 새함대를 만들기 위해 이 자금을 충당하기로 결정했다. 이 돈의 사용은 전쟁의 계속을 의미하기 때문에 여자들은 아테나 신전이 있는 아크로폴리스를 점령하여 이 돈을 차압하는 것이다.
4)클레오메네스(기원전 520~490)를 말함. 그는 클레이스테네스가 꾀한 아테나이의 민주화를 방해하기 위해 아테나이로 갔다. 그 때 그는 아테나이 시민의 반발을 사서 아크로폴리스에서 농성했으나 이틀만에 항목하고 퇴각했다. 6년이라고 한 것은 과장임.
5)배심원이 되어 약간의 수고비를 받는 것이 노인들이 보통 하는 소일거리였다.
6)트라키스 동북쪽에 살고 있는 미개한 유목민들. 아테나이 사람들은 스퀴티아의 한량들을 경찰관으로 고용했다.
7)아도니스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받다가 사냥 도중 산돼지에게 죽은 미소년. 아프로디테와의 결혼과 그의 죽음을 기념하여 매년 4월 이틀에 걸쳐 제사를 지냈으며 그 때 여인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8)데모스트라토스는 아테나이의 시켈리아 원정에 앞장 선 정치가. 그 원정안이 민회에서 통과되어 준비하는 동안 아도니스 기념제가 있어 여자들의 곡성이 끊이지 않아 불길한 전조로 생각되었다.
9)헤카테는 온갖 부, 웅변, 승리를 주는 여신. 후에 지하의 명계와 관련되어 횃불을 손에 들고 지옥의 개의 무리를 이끌고 사람들 앞에 나타난다고 생각되었다. 한편 부인들의 여신, 또는 달의 여신으로서 아르테미스, 셀레네와 혼동되었다.
10)피산드로스는 아테나이의 정치가. 민주제를 폐지하고 4백인 정권을 세우려던 주모자. 그는 부패, 비겁의 대표처럼 생각되었다.
11)케르베로슨 명계 입구를 지키는 개. 머리가 세 개이고 꼬리는 뱀이며 목둘레에 무수한 뱀의 머리가 달려 있는 형상의 개.
12)카론은 명계에 있는 강의 뱃사공. 늙고 수염이 길며 때묻은 옷을 입은 초라한 모습으로 상상되었다. 배삯은 1오볼로스로 그리이스에서는 이 때문에 사자의 집안에 1오볼로스의 은화를 넣어 주는 관습이 있었다.
13)클레이스테네스는 그 비겁함 때문에 항상 희극 작가의 조소의 대상이 된 아테나이의 시민. 남색가였다.
14)아리스토게이톤과 하르모디오스는 독재자 힙피아스와 그의 형제 힘파르코스를 살해하려 했다. 그들은 힙파르코스를 죽이는 데만 성공했으나 후에 폭군 살해자로 추모되었다.
15)제사 때 여러 가지 성스러운 물건을 넣은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행진하는 역할.
16)이상에 열거된 일들은 모두 아테나이의 양가집 여자들이 맡은 영예로운 일이다.
17)아르테미시아는 크세록세스 왕의 지배 하에 있던 할리카르낫소스의 여왕. 그녀는 기원전 480년에 있었던 왕의 그리이스 원정을 도왔다. 그녀는 다섯 척의 배를 가지고 참전하여 살라미스 해전에서 명성을 떨쳤다.
18)마늘은 전쟁 때 가지고 나가는 풍습이 있었고 검은 콩은 투표에 사용했다 한다. 따라서 전쟁도 투표도 못하게 하겠다는 뜻.
19)참새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부리는 새다.
20)뮈로니데스는 기원전 459~6년에 코린토스인과 보이오티아 인을 정복한 명장.
21)포르미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 아테나이 해군의 제독이었던 영웅.
22)모두 아프로디테 숭배의 중심지
23)반인반마의 판은 음탕한 신으로 갑작스런 광란의 원인이라 생각되었다.
24)주석 13을 참조
25)시켈리아 원정군이 아테나이 시를 출발하기에 앞서(기원전451년) 시내의 헤르메스의 조상이 파괴당했다. 범인은 끝내 찾지 못했고 파괴된 부분은 머리와 남근이었다.
26)뤼시스트라테스는 뤼시스트라테의 남성명. 뤼시스트라테는 <전쟁을 끝맺는 여자>라는 뜻.
27)레오니다스는 아르테미시옴 전쟁과 동시에 있었던 테르모퓔라이의 전쟁을 지휘한 그리이스의 장군.
28)아폴론을 이름.
29)전설적인 스파르타 왕 튄다레오스의 쌍둥이 아들. 실은 그의 아내 레다와 제우스 사이에서 난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를 가리킨다.
30)마이나스는 주신 디오니소스의 신봉자. 박카이라고도 한다.
31)제우스와 레다의 딸 헬레네를 가리틴다. 헬레네는 원래 그리이스 선주 민족의 여신이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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