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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요즘 많이 힘듭니다.

2017.01.09 22:19 조회 수 210 장작추가 6 / 0

연말에 일이주 바짝 술을 마셔서인지 중국산 미세먼지를 장복한 결과인지 몸이 많이 힘듭니다. 아침엔 피곤하고 오후엔 졸리고 밤에는 정신이 혼미합니다. 아직 나이가 평균수명에는 미치지 못했으니 죽을 것 같지는 않은데 체감상으로는 죽을 만큼은 되네요.


이럴 때 먹으면 좋다는건 많은데 벌이는 빠듯하여 그런걸 찾아다 먹기에는 부담이 됩니다. 어려서는 피자 맛을 상상하며 벌집핏자를 사먹었는데, 지금은 홍삼절편의 맛을 떠올리며 한뿌리를 사먹... 지는 못하고 편의점 쇼케이스에서 구경만 하고 나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원하는 것보다는 황당할 정도로 부실한 대체재를 손에 들고 만족하는 생활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이래서 헬조선이라 하나 봅니다.


다행히 여차저차 하여 비타민 C 정제는 많이 얻게 되었습니다. 일터에 하나 집에 하나 놓고 조석으로 먹고 있습니다. 비타니 V를 오래 타면 고관절에 무리가 오듯이, 비타민 C도 많이 먹으면 신장에 무리가 가서 결국엔 요로결석이 온다고 합니다. 그래도 요 알악이 주는 플라시보 효과를 포기하지 못해 꿀떡꿀떡 삼키고 있습니다.


대신 매일매일 연거푸 마시던 커피는 끊었습니다. 카페인의 금단증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 금단의 열매를 씹어삼키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담배는 피워보지 않아서 그 금단증상을 모르지만 그래도 그 "영원히 참는것"이라는 말은 이해가 됩니다. 한번 끊어도 두번은 못 끊을 것 같아 이래 된 것 영원히 참아 볼까 합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마실 수는 없어서 홍차니 우롱차니 민들레차니 하는 것들이 좀 생긴 김에 간간이 마셔는 보는데 각성효과가 변변찮아서 아침에 마셔도 피곤이 안 풀리고, 점심에 마셔도 잠이 안 깨고, 저녁에 마셔도 정신이 들지는 않습니다. 형편없는 질료에 투영시킨 형상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이렇게 배웁니다. 인생은 끝없는 학생기인가 봅니다.


형상, 질료, 이데아, 플라톤..... 플라톤은 계급제를 선호했고 민주주의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수십년 전 피자라는 이데아는 밀가루와 치즈와 같은 질료에 투영되면 금수저의 음식이 되고, 농심이라는 질료에 갇히면 흙수저 어린이의 간식이 되었습니다. 플라톤의 절대선인 - 헤브라이즘과 만나면 신의 의지가 되는 - 이데아. 그것으로부터의 거리는 결국 수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었나 봅니다. 그러니 결혼과 출산이 드물어지는 플라토닉한 나라 헬조선에서는 가난한 자가 단지 열등한 자를 넘어 악한 자가 되어야 하는 거고, 따라서 우리는 가난과 싸우는 대신 가난한 자와 싸워야 하는 거겠죠.


얼마 전에 본 영화가 그래서 사금파리 모냥으로 마음에 박혀서는 빠지지가 않습니다. 이데아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태어나 마냥 철없이 밝을 수 있는 인간이 있는 반면, 거기서 멀리 떨어진 어딘가가 고향이라 만년 구질구질해야 하는 인간이 있어서 그 둘이 다른 한 사람을 장기말 삼아 툭탁대다가 결국 셋이 몰락해 버리는 "여교사" 말입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아직도 효주(김하늘) 태연한 척 억지로 씹어 넘기는 밥이 마지막에 건조하게 씹어 넘기는 빵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요즘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플라톤에 대해 망상하고 영화에 대해 궁금해 하면서. 캠퍼님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계시나요?






www.cjonmart.net_04_15_00_38_42.jpg요게 그 한뿌리. 

한 병에 5천원. 오라지게... 아니 오나전 비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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