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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thering.co.kr/2151


저희 외갓집은 전라북도 완주군 한 시골마을입니다.

그 부근에 학교라고는 엄마께서 다니던 초등학교(지금의 초등학교) 하나뿐이라 몇 시간씩 걸어 등하교를 하는 학생들이 많았답니다. 엄마 또한 한 시간 남짓을 걸어야 학교에 갈 수 있었기에 너무 힘들어 학교에 다니는 게 너무나 싫었답니다.

허나, 무엇보다 학교에 다니기 싫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답니다.

같은 학년 같은 반인 조금 정신이 이상한 언니 때문이었죠. 외갓집 앞동네 산을 넘어 오는 언니인데 엄마보다 한살 많았다고 합니다. (당시엔 학교를 늦게 입학하는 경우가 허다해 같은 학년이어도 나이대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돌림을 당할까 선생님은 아무 말 안하셨지만 엄마를 포함한 동네 친구들은 그 언니가 앞산 너머 사는 유명한 무당집 외동딸이며 단둘이 살고 있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언니의 등하교 길은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평범했으며 수업시간엔 가끔 멍하니 먼 산만 보다 선생님께 꾸중을 듣기도 하지만 나름 열심히 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가 오기 직전이나 좀 우중충한 날. 또는 수업이 끝나고 다들 집으로 돌아갈 때면 갑자기 교실을 나가 운동장이며 학교 뒤뜰을 혼자 정신없이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봄이면 개나리 덩굴 사이를 한참을 바라보다 버럭 고함을 지르고 욕지거리를 내 뱉으며 화를 내기도 하고 방과 후 아이들이 학교에 거의 남아있지 않을 땐 학교 뒤 변소 문을 차례로 열어젖히며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실실 웃기도 하다 변소 앞에서 춤을 추기도 했답니다.

한번 춤을 추기 시작하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지치지도 않고 계속 춰대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아직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합니다. 유난히 겁이 많던 엄마는 먼 학교길보다 같은 반인 이 언니가 더 무서웠던 게지요.

날이 구진 날 수업증 언니가 사라져 담임선생님과 아이들이 찾아 나서면 백이면 백 변소 부근에 있었더랍니다. 변소 한 칸 문을 열고 그 앞에 앉아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고 어떨 땐 변소통 속에 들어가 얼굴에 변을 덕지덕지 치덕거려놓고 깔깔거리며 서있기도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몇 명의 친구들과 엄마는 화단에 들어가 화단을 망가뜨려 놓았다는 이유로 방과 후 교실에 남아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벌로 늦게까지 교실이며 복도 청소를 하고 있었더랍니다.

늦가을, 해도 뉘엿뉘엿 져 가는데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신 예쁜 아주머니께서 정신없이 달려오시더니 담임선생님과 한참을 예기하더니 망연자실한 얼굴로 그 자리에 주저앉다 선생님께선 엄마와 일행들에게 그 언니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냐며 물으셨답니다.

엄마 일행 중 한명이 방과 후 변소에 갔다 오면서 마지막칸 앞에서 중얼거리던 언니를 보았다고 했고 그 말을 듣자마자 선생님과 아주머니는 변소로 정신없이 달려가시더니 아주머니께서 기겁을 하고 쓰러지셨답니다.

엄마가 조심스럽게 가보니 변소통이 퍼낼 때가 다 되어 분뇨들이 가득 차있고 그 위엔 그 언니가 오늘 입은 옷들이 있더랍니다.

담임선생님과 학교를 지키시던 아저씨께서 서둘러 분뇨를 퍼내셨고 부근 동네 사람들까지 불러 변소 분뇨를 다 퍼냈지만 나온 건 옷가지뿐이었답니다.

그보다 더 끔찍한 건 옷가지 위에 정확히 열 쌍의 사람의 손톱 발톱이 있었답니다.

그 뒤로 아주머니께선 학교에 여러 번 찾아오셨고, 다음해 봄이 되자 아주머니께서 학교에 보이지 않자 그 동네 사는 친구에게 물었고 그 친구는 엄마에게 방학동안의 일을 말해 주었답니다. 겨울 내 낮이고 밤이고 불쌍한 내 자식 내 손, 발톱 다 줄 터이니 돌려놓으라며 징을 쳐대더니 갑자기 어느 날 조용하자 이상하게 생각하신 이장아저씨께서 찾아가보니 자신의 손발톱을 모조리 뽑아 가지런히 개어 놓은 하얀 천에 차례에 맞춰 놓고는 그 위에 목을 매달아 죽어 있었더랍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르고 엄마가 저를 가져 만삭이 되어 외갓집을 가는 길에 그 동네에 살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굿하는 소리가 나기에 가보았더니 동네사람이 모두모여 굿판을 보고 있더랍니다.

엄마도 구경삼아 아저씨들 사이를 비집고 한참을 구경하는데 엄마 또래의 젊고 예쁜 무당이 깡충깡충 뛰다말고 엄마 곁으로 오더니 손톱이 단한개도 없는 하얀 손으로 엄마 배를 쓰다듬더니 그러더랍니다.

'예쁜 딸이네. 너는 이런데 오는가. 아니란다. 아가야~ 예쁘게 크렴…….'

엄마 얼굴을 보고 씩 웃더니 자리로 가서 다시 굿을 하더랍니다.
그리고 15일 후. 엄마는 저를 낳으셨습니다.

그해 겨울 외갓집에 갔다가 엄마께 들은 예기를 할머니께 했더니 할머니께서 별 감흥 없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잖아도 몇 주 전에 그 동네 점순 네가 예기하드만…….너 알려줄라고. 그랬는갑다. 늬그 엄마 어렸을 적에 없어진 걔 아닌가 싶어서 물어봤더니 별말은 안 하드란다. 그냥 엄마가 지 살려줬다고, 그 말밖에 안허더랜다."

[투고] 지렁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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